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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자치 퇴색시키는 '짬짜미' 조례 발의
전북일보  |  desk@jjan.kr / 등록일 : 2016.10.19  / 최종수정 : 2016.10.19  22:20:49
지방의회의 주요 기능의 하나가 조례 제정 및 개폐를 할 수 있는 입법기능이다. 지방의회에서 제정하는 조례는 주민의 복리와 지방의 재산관리 등에 대한 내용을 담는 것이어서 그 중요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입법권은 곧 지방의원들의 권한이자 의무이기도 한 셈이다.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이 행정에 휘둘리고 의원 개인의 실적용으로 이용된다면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근래 전주시의회의 조례 제정을 두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자치입법권에 관한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것 같다. 20일 개회하는 제335회 전주시의회 임시회를 앞두고 전주시와 전주시의회 사이의 ‘짬짜미’ 조례안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평상시 회기보다 이례적으로 많은 조례안이 의원발의로 제출됐고, 일부 조례안은 주민 생활과 거리라 먼 행정편의적 조례라는 점에서 일부 ‘짬짜미’조례의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 본보 확인 결과 자신이 발의한 조례안 명칭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니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전주시가 의원들에게 조례안의 초안을 제공하고, 의원이 본인 명의로 발의하는 형식의 ‘짬짜미’조례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서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필요한 조례를 의원 발의를 통해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의원 입장에서는 실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의원발의 조례의 경우 입법예고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의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행정편의를 위해 의원들을 활용하고 싶을 수 있다. 의원 역시 행정에서 원하는 조례에 대해 공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행정이 원하는 대로 조례 발의에 거리낌 없이 나서는 것은 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물론, 의원의 이름만 빌리는 형식의 일부 조례안 발의가 전주시만의 상황은 아니다. 정부도 국회의원의 이름을 빌려 의원 입법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조례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정치를 퇴색시킬 수 있고, 충분한 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생략된 채 집행부의 입맛대로 조례가 만들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더민주당이 차기 공천 때 의정활동을 중요 평가요소로 삼을 계획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 순수성마저 의심을 사게 한다. 일부 공명심에 찬 ‘짬짜미’ 조례안 발의가 땀을 흘려 마련된 의원 발의 조례안마저 폄훼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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