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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뭣이 중헌디…
부정청탁, 뭣이 중헌디…
  • 이성원
  • 승인 2016.10.25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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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 돈가지고 지랄하느라 시간이 없나보구나 ㅎ 능력없으면 니네부몰원망해. 잇는 우리부모가지고 감놔라배놔라하지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최근 SNS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글 중의 하나이다. 한 여학생이 애초 SNS에 올린 것을 한 언론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글을 쓴 배경은 지난 2014년 이화여대 수시전형에서 승마부문 체육특기자로 합격한 뒤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문장이 썩 빼어난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공감을 받기도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 다를 수는 있으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계층의 망탈리테(mentalite·정신구조)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그 중의 하나로 작용하는 듯하다. 이 여학생의 부모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정윤회·최순실 씨이다.

안타까움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면은 있다. “돈도 실력”이고 ‘능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언이 그것이다. 각종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특혜는 없다”며 잡아떼고 버티는 기성세대 권력에 비하면 대단히 솔직하다.

그러나 솔직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대학입학을 앞둔 어린 여학생의 심성치고는 너무 때가 묻었고 시커멓다. 부모의 돈을 자신의 권력으로 치환시키고 즐기려는 그 사고에는 뻔뻔함과 용렬(庸劣)함이 배어 있다. 그야말로 ‘민중은 개 돼지’라는 안하무인이 느껴진다. 상황이 이러한데, 네티즌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죽창드립을 달면 무엇 하겠는가?

그런데 최근에는 이 돈이 ‘부모의 돈’이 아니고 그녀의 부모가 국민들에게서 소위 ‘삥’ 뜯은 돈일 가능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녀의 모녀는 지금 언론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세상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온통 시끄럽다. 경찰관 사무실에 4만5000원 상당의 떡상자를 보낸 민원인은 김영란법 위반 1호로 재판을 받게 됐다. 학부모에게서 케이크를 받아 아이들과 나눠먹은 교사는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중징계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대학 입학부터 학점 취득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으로 일관됐고, 국민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삥 뜯어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투성이의 이 사건에 대해서는 왜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가? 이쯤 되면 부정청탁은 그 내용보다는 누가 했느냐가 중요한 모양이다. 도대체 뭣이 중허냐고 국민들은 묻고 있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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