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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의 손
명장의 손
  • 김은정
  • 승인 2016.10.2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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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 베르사체, 티파니, 프라다, 아르마니, 구찌…. 달갑지 않지만 소비자는 세계적 명품들에 열광한다. 명품의 실체는 브랜드의 이미지로 존재한다.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이미지로 결정되고 이미지로 존재하는 실체는 더 이상 공간과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명품이 있다.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온 장인들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공예품이 그것이다. 전주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장인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그만큼 안목과 솜씨가 빼어난 장인들의 활동이 탄탄하다는 증거다.

전주의 전통공예 부문의 기능보유자는 17명. 악기 옻칠 침선 소목 단청 유기 지우산 나전 낙죽 모필 부채 한지발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공예품은 쓰임이 생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옛사람들의 일상에서 숨쉬었던 수많은 공예품들은 기계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상품들에 그 자리를 내주고 쓰임의 영역에서 도태됐다. 수많은 우리의 전통공예품들이 이미 사라져버렸거나 기법의 전수가 단절된 이유다.

오늘에 이르러 소장품의 가치로만 그 맥이 이어지고 있는 전통공예품의 현실은 안타깝다.

다행스럽게도 1년에 한번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올해도 전주 경기전 안에 있는 어진박물관에서 장인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이름은 ‘명장의 손’. 그 의미가 깊다. 장인의 손끝에서 모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 공예품은 그 자체로 깊은 품격과 아름다움을 품어낸다. 기계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전시실 안은 아름답다.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올해는 특히 장인 두 명의 손길이 더해졌다. 5년 전에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전주사람이 된 이종덕 유기장과 지난해 지정받은 곽종찬 모필장이다. 단절될 위기에 처했던 전통공예의 기능이 새롭게 발견돼 이어질 수 있게 되는 일은 반갑다.

장인들의 기능을 기록한 영상물을 보면 전통공예의 가치가 더 새로워진다. 그중의 하나, 대나무 마디 위에 인두로 무늬를 그려 넣는 낙죽이 있다. 전기인두를 이용하면 손쉽게 작품을 낼 수 있지만 전통방식인 화로만을 사용하는 명장은 고집스럽게 이 길을 지켜간다.

쉽고 편리함만을 좇는 이 시절에 어렵고 고단한 길을 기꺼이 가는 명장들의 선택은 경이롭다. 어진박물관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도 이 전시회는 특별한 기회다. ‘명장의 손’이 전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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