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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술래잡기
되술래잡기
  • 이성원
  • 승인 2016.11.0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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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으로 TV를 봤을까? 지난 일요일에 난 TV를 통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검찰출두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TV를 켰는지,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기억이 없다. 애초부터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잘못을 시인하거나 죄를 인정하는 사람을 여태껏 본적이 없다. 게다가 우병우 전 수석이다. 국민의 눈에 상당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그는 당당하고 뻣뻣하게 행동해 왔다. 애초부터 미안해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난 보고야 말았다. 기자를 쏘아보는 그 눈빛…. 섬뜩했다. 권력이 여전히 그의 수중에 있었더라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또 그는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현장취재에 나선 기자는 일반인이 아닌 공인이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국민을 대신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기자를 째려보는 행위는 단순히 기자 개인에 대한 도발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모욕이다. 이는 국민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권력에 대한 맹신과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그런 착각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서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귀빈대접이니, 황제소환이니 하는 말들이 그 것이다. 검찰이 자신의 수사대상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담소를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서 행여나 추울까봐(실외도 아니고 실내인데도) 겉옷까지 마련해줬다. 팔짱 끼고 웃으면서 조사받는 모습의 사진은 흡사 우 전 수석이 검찰에게 앞으로의 수사 내용과 방향을 지시하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술래잡기는 원래 조선시대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이 울리면 순라(나졸)들을 풀어 통금을 어긴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것을 흉내 내어 만든 놀이라고 한다. 이 놀이에서 순라(巡邏)가 도둑을 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히려 도둑이 순라를 잡는다면 그것이 바로 되술래잡기다. 한 마디로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기자를 째려보는 우 전 수석의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검찰도 반성하자.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사건도 아니고 비리의혹에 대해 차 대접은 너무 과분하지 않은가. 그러고도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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