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1-13 21:08 (수)
마을과 우체국의 아름다운 동행
마을과 우체국의 아름다운 동행
  • 기고
  • 승인 2016.11.17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은영 익산우체국 주무관
황금물결 출렁이던 들녘이 순식간에 빈 들판으로 변하고 있다. 논두렁 사이로 싸한 바람이 분다. 마을 어귀로 빈 하늘이 들어온다. 외로움이 표주박처럼 열릴 것 같은 풍경이다.

농촌 마을에 홀로 사는 할머니 한 분을 뵈러 갔다. 집수리, 청소, 말벗을 해드리기 위해서다. 익산우체국에서는 계절에 한 번 정도 외로운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여름에는 익산시청과 협력하여 지원이 부족한 경로당 2곳을 선정, 에어컨을 놓아드렸다. 폭염으로 지친 어르신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했다. 계속하여 다문화 가정도 방문하고 사랑의 연탄배달도 하게 될 것이다.

오늘 할머니 댁에서 집수리를 하는데 영화 ‘집으로’의 ‘상우’와 그의 할머니 둘이 사는 허름한 집이 떠올랐다. 등이 굽은 할머니가 손자 상우와 어렵게 살면서도 서로 아픈 곳을 만져주고 감싸주는 이야기는 훈훈했다. 오늘 만난 할머니는 상우 같은 동무도 없이 홀로 여생을 보내야만 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처럼 허허로울 할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냄새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져 ‘가끔 말벗이 되어 드려야지’하고 다짐했다.

사회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이지만 현장과의 거리는 꽤 멀다. 출발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생각도 해본다. 겉치레를 없애면 의외로 접근이 쉬울 거란 생각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은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손 내밀어 닿는 것을 공유하면 된다고 본다.

전북지방우정청 관내 우체국은 ‘LI VE-POST’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우체국이 되겠다며 앞장 선 것이다. 하루 한번 전 지역을 빠짐없이 순회하는 집배원과 그 역동을 보라. 기상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외로움 버리는 곳을 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소외된 들녘에 훈풍이 불었으면 좋겠다. 낯설기만 한 마을 방문에서 예전에 보지 못한 또 다른 삶의 실체를 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