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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가로막는 중앙지향적 사고
지방시대 가로막는 중앙지향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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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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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지와 사고 결정 / 중앙지향주의 털어내고 지방민의 자존감 높여야
▲ 주낙영 지방행정연수원장

지방(地方)이라는 말은 원래 고대 중국의 천문학 문헌인 주비산경에 나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말 그대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진 것으로 바라본 당시의 소박한 우주관이기도 하고 동시에 하늘은 높고 완벽한 존재(양)인 반면 땅은 낮고 미흡한 존재(음)라는 이원적 인식론이 반영된 말이기도 하다. 그 뜻이 현실 정치제도에도 반영되어 지방은 높고 귀하신 황제(천자)가 사는 중앙(天)과 달리 낮고 천한 백성들이 사는 시골(地)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지방이라는 말에는 중앙(서울) 아닌 다른 지역을 다분히 비하하고 천시하는 차별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오랜 중앙집권적 전통 때문에 부지불식 그런 인식을 내재화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서울로는 ‘올라간다’고 하고 지방으로는 ‘내려간다’고 하는 어법이 그 단적인 예다.

이른바 ‘지방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소중히 지키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들의 의식구조 속에는 중앙의존적이고 서울지향적인 이중적 사고가 뿌리잡고 있어 지방시대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서열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명문대학들의 몰락은 보기에도 참담하다. 과거 지역의 수재들이 몰리던 지방대학들이 이런 푸대접을 받게 된 데는 물론 중앙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제 자식만큼은 무조건 ‘인(in) 서울’ 시키려는 지역민들의 책임이 더 크다. 연일 중앙(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지면을 크게 할애하는 지역언론은 또 어떠한가? 상업적 이익에 민감한 중앙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역언론조차 그들 흉내를 내고 있으니 지역민들이 내 고장의 일에 무관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지.

그래서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 의식 깊숙이 똬리 틀고 있는 중앙지향주의를 털어내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지방특별행정기관의 명칭에서 ‘지방’이라는 용어를 삭제하자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지방’을 ‘중앙’의 하위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굳이 ‘지방’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국세청, 경찰청, 보훈청, 병무청, 노동청 등의 기관 명칭에서 ‘지방’자를 빼자는 것이다. 하긴 전북경찰청하면 이 지역을 관할하는 기관이라는 걸 다 아는데 굳이 전북지방경찰청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언어가 인지와 사고를 결정한다는 언어학자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지방’이라는 말에 자기비하적이고 차별적인 함의가 있다면 굳이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법도 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지방이라는 말 대신에 아예 ‘지역’이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로 대체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건 다 본질이 아니다. 지방에 살면서, 또 지방민으로 불리면서도 당당할 수 있는 자존감과 자립의지가 바로 서야 한다. 지식인들부터 서울중심의 문화적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자. 지방교육자치를 한다면서 교육공무원(교사)들은 신분의 지방직 전환을 한사코 거부한다. 국가직에서 지방직 공무원이 되면 지위가 낮아지기라도 하는가? 우리 국민들이 지방이라는 말을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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