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9-20 19:06 (목)
[쌍방울 중국 훈춘 공장을 가다] 익산 떠난 방적기, 불모지서 '힘찬 날갯짓'
[쌍방울 중국 훈춘 공장을 가다] 익산 떠난 방적기, 불모지서 '힘찬 날갯짓'
  • 김원용
  • 승인 2016.11.21 23: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5년 600억 투자 공장 가동, 韓 기업 진출 中 교포들 자부심 / 익산공장 방적기 3만여개 이설, 꾸준한 매출 사세 확장 본격화 / 2020년 길림성 10강 기업 목표, 품질 향상·바이어 발굴 등 역점
▲ 쌍방울 훈춘공장 전경.

전북에서 잊혀져간 쌍방울(주)이 중국 훈춘에서 큰 달음질을 하고 있었다. 쌍방울 훈춘공장은 90년대 후반 법정관리 이후 몇 차례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20년째 의젓하게 쌍방울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현지에서 쌍방울 훈춘공장을 마주한 소회는‘집 나간 자식이 그나마 잘 자라줘 감사한 심정’이었다. 초창기 중국 투자기업들이 대부분 고배를 마실 만큼 어려웠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건재를 과시해온 쌍방울 훈춘공장, 그 미래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훈춘 경제특구 선봉 역할

쌍방울 훈춘공장이 자리 잡은 훈춘시는 길림성 산하 조선족 연변자치주 6개 도시 중 하나다. 연길이 연변의 중심도시로, 용정이 항일독립운동지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것에 비해 훈춘은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중국의 개방정책과 더불어 연변자치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훈춘이다. 중국의 동해 최북단에 위치해 개발의 변방에 있었던 곳이 중국의 동북아 거점기지로 발돋움하면서다.

중국정부는 1992년 북한의 나선직할시와 러시아의 연해주를 맞대고 황금의 삼각지를 이룬 훈춘을 경제협력구로 지정했다. 이곳에 수출가공공단조성, 국경무역과 중계무역, 변경관광 등의 특구를 만들어 여러 혜택을 부여했다. 상하수도, 도로, 통신, 전력 등 기반시설에 아낌없는 투자도 이뤄졌다. 이런 중국 정부의 개발개방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 속에 훈춘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훈춘은 동북3성(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근래 포항과 현대가 대단위 물류단지를 만들어 가동에 들어가는 등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쌍방울이 이런 훈춘의 지정학적 위치와 미래 발전잠재력에 일찍 눈뜬 셈이다. 쌍방울은 중국의 개방정책 초기인 90년대 중반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한국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훈춘에 진출했다. 쌍방울의 훈춘 진출은 한국기업에게 훈춘 경제특구의 선구자며 상징이다.

쌍방울의 중국 진출은 애초 국내 사양길로 접어든 섬유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쌍방울은 1995년 길림쌍방울 방직 유한공사를 설립한 후 600억원을 투자해 훈춘공장을 가동시켰다. 11만㎡ 부지에 연건평 6만9000㎡의 공장 규모였다. 당시 훈춘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투자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대기업들이 대도시로 향할 때 쌍방울의 연변 투자는 중국 교포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했다. 연변 교포들은 한국기업들이 교포들이 많이 사는 곳에 투자를 외면하는 데 대해 지금도 적지 않은 서운함을 갖고 있다.

△편직에서 봉제까지 일괄 시스템 갖춰

▲ 익산공장에 있던 9만개 방적기의 1/3 정도가 훈춘공장으로 이설됐다.

쌍방울 훈춘공장은 면화 원료에서 실을 뽑는 방적에서부터 편직-염색-재단-봉제까지 일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섬유업체 중 국내에서도 이렇게 일괄 시스템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노동집약적 성격의 섬유산업의 특성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훈춘공장이 이렇게 일괄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바탕은 익산에 있던 방적기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익산공장에 있던 9만개 방적기의 1/3 정도가 훈춘공장으로 이설됐다.

쌍방울 훈춘공장은 ‘2003년 길림성 10강기업’에 진입하며 사세를 떨쳤다. 60개 현시와 인구 2700만명이 사는 길림성에서 입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이후 세계 각국의 대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그 위상은 많이 떨어졌지만, 공장 매출액은 꾸준히 유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47억원으로, ‘연변 30강’기업에 선정됐다.

쌍방울 훈춘공장은 현지에서 ‘길림트라이 방직 유한공사’라는 사명으로 통용된다. 쌍방울 보다 브랜드 명인 ‘트라이’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13년에는 길림성 명품 브랜드에 지정되기도 했다.

훈춘공장을 방문한 때가 저녁 시간임에도 공장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900명의 종업원들이 주야간 2교대로 근무하며 공장이 종일 가동된다. 종업원은 대부분 현지 중국인으로, 기술적인 문제는 없단다. 군산 출신으로, 20년째 근무하고 있는 훈춘공장의 산증인인 강성실 공장장은 “종업원들의 근속년수가 쌓이며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익산공장 숙련도의 70~80%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익산공장에서 근무하다 3개월 전 이곳 공장으로 온 전주 출신의 고범영 부공장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종업원 구인난이 점차 커지고 있단다. 20년 새 월급이 10배 이상 올랐으나 3D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인력수급이 원활치 못한 어려움이 이곳에서도 생겼다는 것이다.

△2020년 중국기업 상장 목표

▲ 양선길 대표이사

제조업, 그것도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전통적인 섬유산업이지만, 길림트라이는 2020년 목표로 길림성 10강기업 재진입과 중국내 기업 상장을 걸었다. 원감절감과 품질향상, 신규 바이어 발굴 등을 통해서다.

쌍방울이 최근 몇 년산 중국시장을 활발하게 공략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훈춘공장이라는 든든한 생산기지가 있어서다. 상해총괄법인을 중심으로 쌍방울은 중국의 TRY 및 리틀탈리 매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20여개의 유명 백화점 및 온·오프라인 쇼핑몰 등에도 진출했다. 중국 유커를 겨냥하여 중국관광객 유치실적 인바운드 1위업체인 뉴화청 관계사와 5년간 500억원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중국 아동복 상장업체 홍칭팅 및 중세실업과의 공급계약 체결, 중국 정법대와 양해각서 체결로 한중간의 산학교류를 통한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제남-북경-대련으로 연결되는 훈춘 고속철도가 지난해 개통되고, 8000명 수용의 연변대 제2캠퍼스가 설립되는 등 훈춘의 여건도 길림트라이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익산을 떠난 방적기들이 훈춘에서 더욱 힘차게 가동되길 응원한다.

● [쌍방울은] 1963년 창립 '전북대표 향토기업' 명성

(주)쌍방울은 1963년 내의업체 쌍녕섬유로 출발해 한 때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그룹이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전북 연고 프로야구단 쌍방울레이더스와 무주리조트의 주인도 쌍방울이었다. 그런 쌍방울그룹이 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됐을 때 도민들의 상실감은 컸다. 다행이 기업의 대주주가 바뀌는 와중에서도 재도약을 위한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대한전선으로 넘어갔던 쌍방울은 2008년 기업분할로 (주)트라이브랜즈로 바뀌었고, 2010년 (주)쌍방울트라이그룹으로 다시 사명이 변경된 뒤 2011년부터 현재의 (주)쌍방울이 됐다.

쌍방울의 모태가 된 익산공장은 현재 쌍방울 물류기지로 계속 활용되고 있으며, 대주주 역시 전북 출신이서 전북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유아브랜드 ‘리틀탈리’직영점과 트라이 상설매장을 전국에서 제일 먼저 전주에 오픈한 것도 전북 연고기업을 상징하기 위함이란다. 이와 함께 쌍방울의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전북도 등 각계에 소외계층을 위한 기능성 내의 기증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근래 눈에 띈다.

쌍방울(대표이사 양선길)은 재도약의 발판을 중국에서 찾고 있다. 중국 내 다양한 그룹들과 한국 내 사업을 협력하는 여러 계약들을 체결하면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다. 구름빵 캐릭터 중국 판권을 보유한 칼룽과 유통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 예다. 구름빵 캐릭터를 활용한 유의의류를 제품화해 제품 판매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또 패션산업의 성숙에 따른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트라이 브랜드의 가치유지와 새로운 유행 트렌드를 추구하는 유아동복 브랜드 ‘리틀탈리’의 런칭이 대표적 예다. 일본 및 독일 연구소와 제휴해 개발된 내의 및 유아동복의 경우 기능성 친환경 소재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눈높이를 맞췄다.

쌍방울은 기존사업 외에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올 연초 한국 중소기업제품의 중국 진출을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전시판매장 운영사로 선정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양선길 대표는 “기존 의류사업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다양한 사업으로 역량을 인정받아 중진공을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제품 유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앞으로 중국내 많은 유통기업들과 사업협력을 통해 중국에서 제2의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개상도 2016-11-21 08:30:47
세계 만방에 쌍방울소리 크게 울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