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2016 시민기자가 뛴다
[문화&공감] 극단 무주풍경과 앞섬마을 사람들공모서 뽑힌 30명 중 기본기 마친 8명 열연 / 일상 대화·평소 하고싶던 말 대사로 엮어내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11.28  / 최종수정 : 2016.11.28  23:32:58
   
▲ 극단 무주풍경의 공연 모습.
 

무주는 산골 중의 산골이다. 첩첩산중에 ‘섬’이 있다. 무주읍 향로봉 아래에 사행천의 금강 물줄기가 휘감는 내도리 마을. 사람들은 ‘앞섬’(전도)이라 불러왔다. 무주읍에서 터널을 지나면, 무릉도원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땅이다. 천혜의 청정지역이다. 무주 구천동을 배경으로 하여 여러 작품을 낸 영화감독 최하원 씨가 1981년에 쓴 한 일간지 기고문에서는 앞섬마을을 예찬했을 정도다. “수줍은 촌색시처럼 숨어 있다 돌연 나타나는 듯한 향토색 짙은 이 신비로운 마을”이라 썼다. 올해에는 앞섬마을에 극단 ‘무주풍경’ 사람들이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극단 ‘무주풍경’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표창을 받는 등 예술감독으로서 활동 경력이 화려한 박광태(53) 씨가 2013년 12월에 창단했다. 그 해에 무주반딧불축제 총감독을 맡으면서 무주에 반했던 모양이다. 무주군민예술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주풍경’은 단원들이 전문 연극배우가 아니다. 박 감독과, 서울에 있을 때 연극배우 활동을 했다는 귀촌인 백수정(36) 씨 한 사람 빼고는 모두 연극과는 무관하게 생활해왔던 무주의 보통사람들이다.

△연극은 생활예술이다

   

농부이자 관광해설사이면서 이장인 조명제(59) 씨, 공무원인 김정미(58) 씨, 사회복지사이자 관광길잡이인 송미헌(52) 씨, 농부이며 화가이자 무속인인 양상모(49) 씨, 교사인 정현선(36) 씨, 사회복지사인 김상은(28) 씨, 그리고 결혼이주여성이자 앞섬체험센터 사무장인 김조이(29) 씨 등 8명이 단원이다. 단원 공개모집에 놀랍게도 49명이 응시를 했으며 그 중 30명이 선정되었고, 현재의 이 8명은 발성과 워킹 등 강도 높은 기본기 연습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박 감독의 철학은 뚜렷해보인다.

“무주 산골에서 극단을 창단하게 된 것은 연극을 특별한 사람들의 행위가 아니라 생활예술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누구나 삶 속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삶을 돌아보고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해요. 배려하고 향기나는 삶이 되도록 말입니다. 단원들이 밤 늦게까지 연습하곤 하는데 시골에서 연극한답시고 생활을 제멋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받도록 행동해야 하고요. 좁은 지역사회에서 단원들에 대한 평도 좋아야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올테니까요. 생활윤리랄까, 나는 이걸 단원들에게 아주 강조합니다.”

△극단 무주풍경, 무주의 보통 사람들

   
▲ 주민들과 함께 연습 중인 단원들.

실제로 박 감독은 단원들의 가족을 다 만나보았다. 신뢰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인지 창단 1년만인 2014년 12월에 무주읍내의 예체문화관에서 ‘등신과 머저리’로 창단공연을 할 때 단원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200석 공간이 꽉 찼고 반응도 좋았다. 창단 3년이 된 오늘, 그동안 모두 네 작품을 공연해 올해 12월이면 연극협회에 등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산골 무주에서 문화 기반이 취약해 연극 활동에 목말라 했던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오디션 때 벅찬 감동으로 눈물까지 흘렸단다. 단원들 모두는 자기를 위해서 극단이 생겨났다고 자부할 정도다.

양상모 씨는 앞섬마을 사람이다. 연극 활동은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 연극을 지도한다. 송미헌 씨는 사회복지사 일에 지쳐 있었으나 연극 활동한 이후 사람들이 “옛날보다 표정이 좋아졌다”고 말한단다. 한국생활 9년차인 이주여성 김조이 씨는 모국 필리핀에 있을 때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연극이 꿈이었다. 뜻하지 않게 한국에 와서 꿈을 이루게 되다니 멋진 일이다. 한국말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단다. 아이가 셋이다보니 연습할 때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박 감독은 “조이 씨가 한국말은 서툰데, 감정이나 느낌의 표현들이 좋고 연기를 잘 해요” 라고 말한다.

△앞섬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속으로

   
▲ 무주 앞섬 전경.

‘무주풍경’ 사람들은 자신들의 연극 활동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앞섬마을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개발의 광풍이 불어닥칠지도 모르나 그나마 다행인 건 생태적 서식환경이 까다로운 반딧불이 앞섬마을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문화예술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며 자연생태 환경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환경 활동가들인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적 소통과 공감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80가구에 주민수 100여 명의 앞섬마을. 강에는 배가사리, 쏘가리, 빠가, 메기 류의 물고기들이 많이 산다. 마을 입구에 어죽, 매운탕, 회를 파는 식당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대개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농경생활에 각자 먹고 살기 바쁘다. 사행천을 닮았을까, 오래된 삶의 굽이쳐 온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있다.

△1976년의 트라우마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에게 치유해야 할 깊은 트라우마가 있다. 올해 40주년이 된 참사가 마을에 있었다. 1976년 6월 8일 금강을 건너 귀가하던 학생과 주민 18명이 급류에 휘말려 나룻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어린 학생 15명을 포함하여 18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당시엔 112가구에 652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한 세대가 흘러간 오래 전의 일이지만 주민들은 이 일만큼은 잊지 않고 있다. 당시 목숨을 잃은 13살의 한 소녀는 사고 전 일기장에 이렇게 써놓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마음이 우울하다. 선생님은 비가 오니까 우리들을 일찍 돌아가라고 하시겠지. 나는 내 친구들처럼 읍내에 살면 그러지 않을텐데...”(4월 28일)“, ”오늘도 학교에 가면서 발을 걷고 물을 건넸다. 매일 신을 벗어야 하고 다시 말려서 신고 가고 하니 때때로 지각을 하게 된다.“(4월 30일)

△가르치기보다 끄집어내

‘무주풍경’ 사람들은 앞섬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민들이 참여하는 연극판을 벌여보려 한다. 농사짓기 바쁜 주민들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림, 노래, 춤, 벽화 등 주민들 서로가 친화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털어놓는 프로그램 활동들을 해왔다. 박 감독은 천천히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주민들의 삶 속의 이야기나 일상대화들을 대사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게 해서 대사로 엮어내려고 합니다. 가르치기보다 끄집어내서...“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올해에 앞섬마을 사람들과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끝〉

   
▲ 고길섶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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