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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힘
김원용  |  kimwy@jjan.kr / 등록일 : 2016.11.29  / 최종수정 : 2016.11.29  23:13:09
   
촛불정국이 120여년 전의 동학농민혁명을 불러냈다. 전주지역 5차 촛불집회장 연단 옆에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의 봉기 격문이 붙었고,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구전민요인 ‘새야 새야 파랑새야’가 집회장인 관통로 사거리에 울려 퍼졌다. 서울 광화문 집회에 트랙터를 몰고 상경했던 전국농민회의 서군 이름은 ‘전봉준 투쟁단’이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민중들은 관아를 점령해 총을 손에 넣기 전까지 처음에는 낫과 삽, 곡괭이, 죽창을 들었다. 전남 장흥에서 벌어진 흥룡촌 전투에서는 대나무를 엮어 닭장같이 만든 ‘장태’를 이용해 정부군에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총과 대포 등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정부군의 화력을 넘지 못했지만, 재래식 무기와 농기구를 들고 1년 넘게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이 민중의 힘과 정신이었다.

촛불정국에서 ‘촛불의 힘’을 과소평가한 인사가 뭇매를 맞았다. 국회 법사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 불면 다 꺼진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사실이 잘못 알려졌다는 해명이 나오기는 했지만, 검찰이 정호성씨의 녹음 파일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이 횃불이 된다고도 했다. 실제 5차 촛불집회 때 횃불이 등장했으며, 비바람에 끄떡없는 ‘LED촛불’이 집회장을 밝히기도 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들의 최대 무기는 농기구였다. 생계 수단의 모든 것이 농기구였던 시대다. 촛불집회에 등장하는 트랙터 역시 오늘날 농민들의 생존 도구다. 그만큼 농민들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촛불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들이 들었던 횃불이다. 200만개의 촛불이 합쳐져 하나의 횃불이 되는 게 아니라 한 개 한 개가 다 횃불이다. 100년 전처럼 농기계를 들지 않더라도 촛불 하나하나에 민심이 담긴 것이다.

5차 집회에서 가진 ‘저항의 1분 소등’ 퍼포먼스가 촛불이 그저 물리적인 것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국민들이 스스로 촛불을 끌 수 있지만, 언제든 다시 켤 수 있다는 것을. 불면 꺼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다 타버리는 존재로 촛불을 잘못 생각하고 5주 넘도록 버텼던 박근혜 대통령도 일단 촛불 앞에 손을 들었다. 고립이 아닌 연대, 절망이 아닌 희망, 폭력이 아닌 평화, 슬픔이 아닌 축제로 승화시킨 촛불의 힘이었다. 박 대통령이 탄핵정국을 넘기 위한 꼼수라면 촛불은 더 매섭게 타오를 것이며, 그 때는 촛불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촛불은 이미 민심과 한 몸이기 때문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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