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김승일 칼럼
권력자에 주는 충고촛불시위로 덮친 위기, 권력의 끈 빨리 놓아야 좋은 추억 남기게 될 것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11.29  / 최종수정 : 2016.11.29  23:13:08
   
▲ 객원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이 제18대 대선(大選)에서 승리한 지 보름쯤 되는 날, 나는 이 난에 다음과 같이 썼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5년 임기의 통치 로드맵을 다듬을 정권인수위도 골격을 갖추고 있다. 박근혜를 지지한 1500만 명(51.6%)의 환호와 문재인을 찍은 1400만 명(48%)의 좌절감도 차츰 사위어 갈 때다. 박근혜 당선인이 화해와 대통합을 강조한 대목이 그나마 멘탈 붕괴에 빠졌을 문재인 지지자들의 허탈감을 달래줄 작은 위안이 됐을 터다.

내가 민주화 이후 13대부터 여섯 번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찍은 후보가 당선된 것은 두 번 뿐이다. 짐작하겠지만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내 이념성향으로 볼 때 18대 대선 결과가 아쉽고 허탈하기란 누구 못지않았다. 개표 전 보수성향의 친구와 내기까지 걸었다가 패배한 것은 곱으로 열패감을 안겨준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세상이 바뀌고 내 생각도 바뀌었다. 매사 긍정적으로 보면 긍정이요, 부정적으로 보면 부정이란 부처님 말씀이 옳았다.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 역사의 물줄기가 그를 따라 간다고 생각하니 ‘준비된 대통령’임을 내세운 박근혜가 새삼 돋보이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부글부글 끓던 속앓이를 드디어 접을 수 있게 해준 내 사고(思考)의 전환이 고맙기조차 했다.

그랬다.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부정적 잠재의식을 털어 내면서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서 위상과 믿음과 기대가 싹트니까 더불어 새누리당에 대한 신뢰도 쌓여갔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이 이룩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하면서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등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그처럼 화려한 국정 청사진을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권 3년 7개월, 지금 나라 사정은 어떤가. 세월호 비극이나 메르스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그저 기업 발목 비틀기나 부적격 장관 만들기, 농민들의 분노를 물대포로 다스리기, 심지어 대통령의 ‘졸개’임을 자부하는 여당 대표의 단식투쟁에 친일파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획책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십상시 못지않은 권력 부역자들의 개인적인 국정농단과 엉덩이에 뿔 난 못된 강남 아줌마의 끝 간 데 모르는 농탕질에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 않은가. 이미 다섯 차례나 주말 촛불시위로 수백만 국민들이 하야를 외치고 있으나 청와대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더욱 분통 터질 노릇이다. 하기야 이제 와서 ‘나는 선의에 의해서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아무리 변명해봤자 누가 믿어줄리 없으니 대통령도 답답하고 억울하달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이 ‘지적인 능력’이 모자라고 ‘콘텐츠가 부족’하며 ‘대화에 자신이 없는’ 분이라고 단정하기에 결국 나라의 운명을 잘못 맡긴 것으로 한단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나 아쉽고 두려운 것은 대통령의 막가파식 버티기가 얼마나 더 계속될 것인가이다. ‘혼을 다 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믿는 대통령이 왜, 어쩌다가, 자기 주변을 이토록 엉망으로 다뤄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했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불확실한 것은 운명이 지배하는 영역이고 확실한 것은 인간의 재주가 관할하는 영역’이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다. 박 대통령이 아직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면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권력자에게 준 충고를 들려주고 싶다.

“최고 권력자는 모든 것을 누리지만 죽을 때까지 추구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좋은 추억을 남기는 일이다. 명성을 경멸하는 자는 덕을 경멸하는 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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