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① 서쪽에서 맞이하는 전북의 해맞이붉은 닭의 첫 울음… 새해, 새아침 희망을 품다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12.30  / 최종수정 : 2017.01.05  22:08:48

전북은 곳곳마다 지역 역사와 문화가 찬란하게 빛나는 이야기의 보물창고이다. 역사, 문화, 문학, 자연, 그리고 우리고장 사람들 등 그 안에 있는 사연을 담아 시기별로 소개한다. 사연있는 우리 지역이야기를 자산으로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 해가 떠오를 때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후략)”

- 안도현 ‘저 해가 떠오를 때’ 중에서

2016년 병신년이 저물고 이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올 한 해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마저 뒤흔드는 국정 혼란으로 국민 모두가 상처받은 해였다. 그 상처는 이리저리 헤집어져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안도현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새해의 첫 번째 해가 이 세상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안아 모든 것이 치유되고 새롭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어본다.

   
▲ 무주 향적봉을 찾은 수 많은 사람들.

우리들은 오래 전부터 영년(迎年) 행위로 해가 뜨는 것을 구경하는 해맞이를 해왔다. 매년 1월 1일 새로운 해(年)를 맞이하러 해 뜨는 동쪽으로 향하는 것은 한 해의 첫 날 바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힘찬 태양을 바라보며 일상과는 다른 저마다의 마음가짐이나 따뜻한 시구 한 구절처럼 특별한 감상을 가지기 위함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우리는 뜨는 태양을 보기 위해 동쪽 방향을 향하고, 지는 해를 보기 위해서는 서쪽을 향하는 것에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동해에서 맞이하는 것만 장관인 것은 아니다. 우리 전북에는 멋진 해맞이 명소들이 많이 있다. 서해의 여러 섬에서나 독특한 지형으로 동쪽을 향해 바다를 인접하고 있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산이나 강가에서 해를 맞이하는 것 또한 각별한 감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부안 변산반도 채석강은 해맞이에 앞서 해넘이를 보기에 제격인 곳이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풍류를 즐기던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해서 이름 지어진 채석강을 우산처럼 받치고 있는 작은 산 닭이봉에는 그만의 이야기도 있다. 옛날 산 아래의 격포 마을이 지네 형국으로 이루어져 마을에 재앙이 끊이지 않자, 지네와 닭이 상극이라는 것을 알아낸 마을 사람들이 닭과 함께 지네를 제압할 족제비상을 반대편 봉우리에 세워 이 봉우리에 마주 보게 하였더니 마을에 재앙이 물러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닭이봉 정상에는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지는 형상의 나무가 있는데, 오랜 세월 함께 하며 뿌리와 줄기가 합쳐진 나무로 사랑나무라고도 불린다. 사랑나무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사랑의 소원이 성취되고 마음 속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해넘이와 해맞이를 함께하며 새해 소원을 품어보기에도 좋다.

   
▲ 새만금 방조제에서 바라본 일출.

전북의 유명한 해맞이 장소로 새만금방조제도 있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길게 이어진 새만금방조제와 비응항에서 붉은 해가 고개를 내미는 바다를 배경으로 신시도를 비롯한 주변 섬들과 어우러진 모습은 결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비경이다. 동진강하류로 이어지는 방조제 끝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된 계화도의 일출은, 뚝방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밖에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의 배경이 된 곳으로 ‘먼저 해를 맞이하는 동네’란 뜻을 지닌 군산 ‘선양동(先陽洞)’의 해돋이 공원도 탁류길 해돋이 문화제와 더불어 전북의 우수 해맞이 장소로 손꼽이는 곳이다.

   
▲ 임실 국사봉 해맞이. 전북일보 자료사진

또한, 덕유산과 백운산처럼 겨울 설경이 아름다운 산이나 임실 옥정호 옆 국사봉은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일출 명소이다. 어스름히 보이는 진안 마이산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면서 옥정호 안개가 걷히면 호수 내 붕어섬이 모습을 드러내며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그 밖에 고창 장사산, 남원 덕음봉, 완주 모악산 대원사, 장수 신덕산 등이 있고, 전주 평화동 학산, 동완산동 완산칠봉, 군산 오봉산, 김제 망해사 등은 도심 인근에 위치한 산이어서 보다 손쉽게 정상에 올라 해맞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만경강가나 동진강 흐르는 강물위로 힘차게 올라오는 해를 보며 새해를 반기고 새 소망을 기원하기에 좋은 명소들이 전북 곳곳에 있다. 다만 올해는 아쉽게도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지역이 주관하는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저마다의 기대와 새해의 각오가 있기에 여전히 자발적으로 해맞이를 찾는 사람들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해를 기다리는 마음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유난히 길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맞이하는 새해인지라, 내년만큼은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지난 상처들에 위로받고 더없이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맞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2017년은 정유년, 곧 붉은 닭의 해이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마을에 행운을 가져다주었던 닭이봉의 전설처럼, 새해의 일출을 기다리며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가 우리에게 길하고 행복한 일들을 불러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바로 그 햇살 따라 온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도록 우리 땅에서 희망을 품고 소원을 빌어보자.

△윤주 소장= 연세대 문학석사, 현 지역전문가,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 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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