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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주정 폐쇄를 보는 익산시민
엄철호 기자  |  eomch@jjan.kr / 등록일 : 2017.01.01  / 최종수정 : 2017.01.01  21:34:10
   
▲ 엄철호 익산본부장
 

‘죽 쑤어 개준다’는 속담이 있다.

밥보다 정성이 더 필요한 죽을 만들어 엉뚱하게 개에게 뺏긴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 쏟아내는 애를 썼으나 전혀 보람이 없게 됐을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의 속담으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 등이 있다.

새해벽두 부터 익산시민들이 분기탱천할 암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익산시 마동에 소재한 (주)전라주정 익산공장이 폐쇄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는 얘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소식으로 뒤통수를 거세게 한방 얻어 맞은것처럼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더구나 익산공장 폐쇄 방침이 그동안 회사측의 철저한 철통 보안속에서 극비리 추진되어오다가 사실상의 절차 마무리에 접어든 확정 단계에서 뒤늦게 들통이 난것으로 알려지면서 더더욱 극심한 배신감과 허탈감으로 다가온다. 익산사회 전체가 똘똘뭉쳐 오늘의 전라주정 탄생을 이끌어줬더니 그간의 애 쓴 보람도 없이 죽 쑤어 개주는 꼴이 되었고, 영락없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것 같다.

끓어 오르는 분통을 잠깐 삭이고 시간을 잠시 되돌려 본다. 2016년 5월 초. 6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익산의 향토기업 하이트진로에탄올 직원 50여명이 발끈하고 나섰다. 1997년 부도 이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2012년 법정관리를 벗어나 2014년에는 부채 250억원을 모두 갚고, 3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모기업인 하이트진로그룹의 경영난으로 불가피한 매각 추진에 나서면서 경상도의 주정회사에게 매각될 것이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고용불안 등에 직면한 직원들은 경상도 연고의 3개 회사를 대상으로 한 매각 추진 방침을 당장 중단하라며 규탄 집회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익산시·익산시청노조·익산상공회의소 등도 적극 힘을 보태고 나섰다.

특히나 익산시는 향토기업의 경상도 업체 매각은 결국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이지영 부시장을 단장으로 부리나케 대책반을 꾸려 서울 본사 항의 방문을 통해 고용승계 보장은 물론 매각시에 도내 업체 매각 등을 주장하며 지역사회 총결집을 주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하이트진로에탄올은 전북업체 창해에탄올에게 매각됐다. 익산사회의 강한 반발 분위기를 의식한 하이트진로그룹의 결단으로써 지역사회가 발빠른 대응에 나선 값진 결실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에탄올 인수를 통해 졸지에 주정업계 선두 1위 자리를 꿰찬 창해에탄올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전라주정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아울러 익산시민들은 이런 전라주정에 대해 익산의 향토기업으로서 더욱 성장·발전하기를 기원하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런 탄생의 비화를 갖고 있는 전라주정이 조만간 익산공장 폐쇄에 들어간다고 한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기가 찰 노릇이다. 익산시민들의 결집된 응징력이 없었더라면 감히 하이트진로에탄올을 인수나 할수 있었겠느냐고 묻는다.

경상도 업체로의 매각 방침이 거의 확정된 상황을 뒤집어 떼 돈을 벌게해줬더니 익산공장을 폐쇄한다고.

아무리 좋게 생각할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익산시민들이 애써 끓여 놓은 맛있는 영양죽을 그저 날로 먹으려는 비양심적인 기업행태임을 지적한다. 호시탐탐 죽그릇을 노리는 불순한 의도의 기업세력에게 죽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익산시민 모두가 눈을 더욱 부릅뜨고 지키는 방법밖에 없다.

각설한다. 다시한번 똘똘뭉쳐 전라주정 익산공장을 지켜내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냐는 식으로 그냥 휘둘려선 익산시민은 계속 핫바지 취급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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