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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판을 바꾸는 사람들 "예술 자율·창의성 보장되는 대안적 문화행사 늘어야"임승한 "국가보조금 의존 말고 자생방안 찾아야" / 정상현 "윗사람들이 관습에 얽매이면 판은 불변" / 최기우 "머뭇거리는 후배들 이어주는 가교 역할" /
김보현 기자  |  kbh768@jjan.kr / 등록일 : 2017.01.02  / 최종수정 : 2017.01.04  16:57:10
   
▲ 도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40대 예술인들인 정상현 공연기획자, 임승한 공동창조공간 누에 단장, 최기우 극작가(왼쪽부터) 한자리에 모여 지역 문화예술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형민 기자
 

문화·예술계의 동력은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예술인이 하는 역할을 매우 다양하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지 약 17년. 문화 현장 언저리서부터 이제는 중심까지 곳곳에 가지를 뻗어 열매를 맺고 있는 40대 문화·예술인을 만나봤다. 자신만의 영역 구축은 물론 지역 예술인들을 아우르는 활동으로 문화판을 변화시키는 사람들, 임승한(46) 공동창조공간 누에(nu-e) 단장과 정상현(45) 공연기획자, 최기우(45) 극작가다.

2000년대 문화 판에 뛰어들다

주 활동 장르는 다르지만 이들 사이엔 비슷한 점이 많다. 드러나지도 않고 드러내지도 않지만, 알고 보면 전북 지역 문화판의 크고 작은 일에 이들이 관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개인전, 공연, 집필 활동 등을 시작해 이제는 현장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계획할 때 먼저 상의 하는 사람들이 됐다.

-세 분 모두 다양한 이력과 직함들을 갖고 계시는데요. 문화 판에 들어서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임승한= 199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술 작업을 하다가 2002년에는 당시 전주종이문화축제의 전시팀장, 사무국장 등을 했어요. 문화 기획을 접하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욕심을 냈고 관련 전공 박사과정까지 마쳤죠. 그 후 광주비엔날레 전시팀, 전주 공예품전시관 팀장, 전주부채문화관 실장 등을 거쳐 현재 완주의 공동창조공간 ‘누에(nu-e)’의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상현= 2002년부터 밴드 활동을 하면서 지역 밴드를 섭외해 공연하는 ‘레드 제플린’이라는 클럽을 운영했어요.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밴드들의 구심점이 됐죠. 그러다가 도내 인디밴드를 지역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자는 의견들이 모였고 2010년부터 전북대 구정문 등 공연할 수 있는 야외를 찾아다니며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어요. 이때의 경험들이 그 후 제가 기획한 행사 ‘전주 인디 뮤직 페스티벌’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 등의 토대가 됐습니다.

△최기우=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현재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겸임교수. (사)문화연구창 대표, 스토리텔링문화그룹 〈얘기보따리〉 대표,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사)전북민예총 정책위원장 등을 맡고 있지만 가장 앞서는 수식어는 극작가입니다. 등단 이후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면서 역사와 인물, 이야기와 언어, 민중의 삶과 흥 등 전북 지역 콘텐츠를 소재로 한 집필 활동에 힘을 쏟고 있어요.

40대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

20년 가까이 돈도 명예도 갖기 힘든 작업들을 많이도 해왔다. 이게 예술인의 생활방식이라고 선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우고 따라왔는데 어느덧 후배들을 줄줄이 단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본인의 활동을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최=언론사에서 근무하며 지역의 원형과 사람에 대해 관심 갖게 됐어요. 인문학도서 〈전북의 재발견〉 집필, 전북 관광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업과 올해 올린 전주문화재단 전주 이야기 자원화 사업 선정작 ‘달릉개’, 한옥상설공연 ‘아매도 내 사랑아’ ‘웰컴투 중벵이골Ⅴ’등도 지역의 이야기에요. 단, 어떤 작품을 파격적으로 각색한다고 해도 세밀한 원형 파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정=총 50여개 밴드가 2박 3일간 연달아 공연하는 ‘메이드인전주’뮤직페스티벌이나 다양한 장르 예술인들이 협업해 재미난 일들을 꾸민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가 아닐까요. 지역 밴드문화를 활성화시키고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것. 또한 예술인들이 주도해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임=다양한 예술 장르뿐 아니라 산업까지 축약·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진행한 완주 ‘공동창조공간 누에(nu-e)’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습니다. 폐산업시설에 문화적 생기를 불어넣고, 시민 예술가 행정가들이 함께 개발한 복합 공연·전시와 아카이브, 교육·연구, 레지던시, 아이디어융합캠프 등을 진행했습니다.

-40대. 집안의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질 나이지만, 지역 문화계에서도 중요한 역할과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임=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40대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지역을 바라보며 해석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문화·예술계의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익혀온 전통방식과 오늘날의 융·복합 시스템을 잘 결합해 전북만의 지역성을 발견해야죠. 무엇보다 그동안의 판을 일궈온 중견·원로 작가들과 새 시도를 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허리’ 역할을 수행해야하지 않을까요.

△최= 동감합니다. 여전히 짱짱한 선배들과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도 여전히 머뭇거리는 후배들을 정교하게 이어주는 가교 역할이 가장 중요하죠.

△정= 문화판에서 40대의 나이면 어느 정도 기반은 갖춰진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후배들과 함께 할 자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끌어줘야 하는 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50대가 돼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윗사람들이 관습에 얽매이면 판은 굳어요.

자유로운 문화판 바라며

- 지역 문화·예술판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조언을 주신다면.

△최=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돈 없어도 풍성하고 재미난 일’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예·결산’이란 단어가 익숙해지면서 ‘돈 있어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생활에서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고,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소고기 한 점 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저부터 민감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관주도 행사가 많아지면서 예술가들이 행정 시스템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예술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는 대안적 문화행사가 늘어나야 합니다. 장르별로는 규모와 인프라가 약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가 융합해 판을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임=최근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 등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현재의 문화·예술판은 매우 위축된 상황임에 틀림없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문화관광재단을 비롯한 문화 기관, 단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앞서 나온 얘기지만 예술인들이 쉽지 않더라도 국가보조금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생방안을 찾아가야겠죠.

-올해 활동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임=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를 꿈꾸는 누에(nu-e)가 내년 하반기 정식 개관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기획자, 사용자가 공동으로 협업하고 만들어가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누에 프로그램 운영·기획에 몰두할 계획입니다.

△최=10여 년 전 희곡집과 창극집을 낸 후 작품이 많이 쌓였습니다. 올해는 이를 정리한 작품집을 낼 생각인데, 공연용 대본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희곡으로 바꾸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또한 그동안 단체 공식 행사 여느라 정신없었는데 올해는 선후배들과 흥성거리며 노는 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앞서 강조했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는 대안적 행사들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올해는 이에 동참하는 1000명의 관객 또는 기부자들로부터 하루 100원씩 기부 받아 3650만원을 모아서 순수한 예술인 활동 공간을 만들 계획이에요. 공간들을 매년 유지하고 늘려나가 지역 문화판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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