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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마음의 창
눈은 마음의 창
  • 기고
  • 승인 2017.01.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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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못하는 눈빛, 긴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이유
▲ 조남천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대학병원에 근무한지 거의 서른 해가 되지만 마음에 남는 환자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일상적이고 사무적인 만남 너머의 마음이 통하는 만남을 환자와 가진다는 것은 의사로서 더할 나위없는 선물일진대 말이다.

필자가 진료실에서 마운툰을 처음 만난 때는 4년 전 어느 가을 이었다. 첫 눈에도 아시아계 외국인으로 보였다. 마운툰은 우리나라에 온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를 데리고 온 보호자가 중간에서 통역을 하였다. 자기회사의 외국인 근로자인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세히 검사를 해보니 두 눈에 염증이 아주 심했다. 흔한 질병이 아니라서 잘 치료가 될지 내심 많은 걱정을 했다. 다행인 것은 그 애의 얼굴과 눈빛이 편안했다는 점이다.

눈은 아주 예민한 감각기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불안해하고 안절부절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당시 나는 마운툰이 편안한 표정을 짓고 서늘한 눈빛을 유지하는 이유가 우리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니 아직은 본인의 중병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였다. 약으로 치료하며 두어 달 간격으로 병원에 다니는데, 언제나 편한 얼굴이고, 상대를 신뢰하는 눈빛은 여전했다. 그렇게 1년 정도 치료하다가 갑자기 한쪽눈이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로 악화되었다. 큰 수술을 해야 했으며, 늘 동행하여 친형처럼 보살피던 보호자에게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며 마운툰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라고 하였다. 설명 중에 필자는 마운툰의 얼굴과 눈을 훔쳐보고 있었다. 필자는 수술결과가 좋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도 착하고 선한 눈과 편한 얼굴 그대로였다. 이때까지는 그 애한테 각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 애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창이 열린 것이다. 며칠이 지나고 수술실에서 마운툰을 다시 만났으며,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병원의 수술실에서 누워있는 이방인의 눈과 마주하게 되었다. 수술실에서도 그 애는 그냥 편한 눈으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다행이 수술이 잘 되어 눈은 잘 보이게 되었다. 수술 후에도 여러 번 크고 작은 치료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항상 편안하고 따뜻한 눈 빛 이었다. 그가 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후에 나는 그 애가 미얀마의 양곤에서 온 것을 알았으며 김제에 있는 모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운툰이 이제 5년이 되어 미얀마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니 갑자기 미얀마로 돌아가다니, 난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는데...” 그 소식을 듣고 좀 서운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애가 5년간 성실히 일해서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으며 고향에는 3개월 동안만 다녀온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그 애와 즐거운 마음의 만남을 더 가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피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족과 친구도 만나고 고향음식도 맛있게 먹는 즐거운 3개월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긴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아니, 말이 적은 것이 오히려 마음을 더 잘 전달할 수도 있다. 눈빛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눈빛이다. 또한 눈은 온갖 세상이 나에게 들어오는 길이며 반대로 내 마음을 세상 밖으로 전달해 주는 창이다. 필자의 이런 마음이 잘 전달되었는지를 마운툰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다만, 언제쯤 물어 볼까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조남천 교수는 안과학회 이사, 전북대병원 기조실장, 법원행정처 심리위원, 전북노동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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