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판을 바꾸는 사람들] 이문수 도립미술관 학예실장 "효율성 위주 아닌 다양한 예술 꽃피우길"창작·기획·교육 다양한 활동 / 10여년 쌓은 인문학 기반 덕 / 해외교류·네트워크 형성 중요 / 젊은이들 시도 자체 인정해야
김보현  |  kbh768@jjan.kr / 등록일 : 2017.01.10  / 최종수정 : 2017.01.10  21:25:45
   
▲ 전북도립미술관 이문수 학예실장이 전시 기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술인들의 활동과 담론이 모여 만들어지는 문화·예술판에서 사람은 소중한 자원이다. 특히 각 분야에서 탄탄히 자리 잡은 40대 예술가는 판을 받치고 있는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동시에 원로와 청년 예술인 사이를 이어줄 중간자 입장에 놓여있어 역할과 책임이 크다.

이에 본보는 자신만의 영역 구축은 물론 지역 예술인들을 아우르는 활동으로 문화판을 변화시키는 40대 문화·예술인들을 조명한다. 매주 한 차례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현재의 역할, 지역 문화·예술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다수의 미술인, 문화기획자들에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견 미술인을 물으니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이 바로 이문수(49)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이다. 지난 2015년부터 도내 유일의 공립 미술기관 소속 공무원(?)이 됐지만, 이에 앞서 20년 넘게 미술판에서 다양한 창작·기획 활동을 해왔다.

그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선배들이 이젤 위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 그리는 모습에 반해 붓을 잡았다. 전북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10여 년 동안 경주마처럼 앞뒤 재지 않고 내달리며 그림을 그렸다.

“청년미술가로서 남의 부러움을 살 만한 성과들을 내기도했지만 어느 순간 회의감이 찾아오고 붓이 말라버리더군요. 10여 년간 대학에서 강의만 하는 대신 역사, 철학, 사회, 문화 등 관심 있는 부분의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인문학적인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간 쌓은 인문학적 소양들은 작업에 대한 영감을 주는 동시에 기획자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2007년, 마흔을 넘기면서 다시 붓을 잡았고 그 후 전북대학교 예술진흥관 수석큐레이터, 교동아트미술관 레지던시 사업 총괄 등 전시기획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전시기획은 한 지역의 역사, 문화, 사람 등 인문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표현하는 시도들이 매력적이다”면서 “돌이켜 보면 활동을 했든, 홀로 고민하고 기반을 다지던 시간이든, 모든 굽이굽이 버릴 것이 없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교동아트미술관 레지던시 사업을 맡으면서 해외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그는 “젊은 미술가들과 함께 체류하면서 소비자본에 무력한 미술판을 고민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확실히 관점과 작업세계가 다양해지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개관해 지역 및 해외 작가가 함께 머물며 활동하는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터뷰는 그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10대 시절부터 치열했던 20·30대를 거쳐 현재로 돌아왔다. 중견 예술인이 해야 할 역할을 묻는 질문에 좀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공적으로 분노하며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 그러면서 젊은 친구들의 시도에는 평가보다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이 중견 예술인의 역할 아닐까요. 또한청년, 중견, 원로를 불문하고 결국 다같은 예술인이기에 열심히, 진중하게 작업 해야죠.”

그는 “전북 문화·예술계가 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효율성의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꽃 피울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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