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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군기 잡기는 전통도 문화도 아니다
대학의 군기 잡기는 전통도 문화도 아니다
  • 전북일보
  • 승인 2017.01.12 2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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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듯 사라질 듯하면서도 신학기가 되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것이 대학의 신입생 군기잡기 문제다. 대학의 군기잡기는 전통도 문화도 아니라며 각종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이 그토록 지적하고 달래고 타일러 봐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끈질긴 생명력이 놀랍다.

올해는 좀 빨리 터졌다. 아직 신입생 오티(OT)가 시작되기 이전이지만, 도내 한 사립대학의 역사교육학과에서 그동안 선후배들 사이에 행해져오던 군기잡기가 우연한 계기로 SNS를 타고 퍼졌다. ‘우리 과에 대해 물어본 사람이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아마도 신입생인 듯한 사람의 질문에 재학생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학생회비 강요, 사발식(술을 사발에 따라 마시는 신고식), 학회장에 대한 경례, 현장 답사에서의 군기잡기 등을 거론하며 “병장놀이 하는 인간들이 많아 암에 걸릴 지경”이라고 썼다.

신입생들에게 대학 입학은 성인으로서의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초등학교부터 고3까지 십 수년 동안의 획일적이고 억압된 교실환경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가꿔나가는 출발점이다. 이러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의 군기잡기는 그들의 꿈과 희망을 그 시작부터 좌절시키는 엄청난 학교폭력이다. 자유와 자율, 꿈과 희망의 미래보다는 간섭과 지시, 억압과 복종의 현실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상처와 수치심, 그리고 좌절과 포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의 사례에서 보면 군기잡기의 결과가 심지어는 각종 사고사와 자살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더욱이 교육학과는 미래세대의 교육을 맡을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이런 학과에서 학과장이라는 사람은 학생들의 경례나 받고 있고, 예비역이라는 선배들은 군대식의 폭력적인 통제방식을 후배들에게 그대로 강요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더욱이 자유를 위해 자유를 잠시 유보해야 하는 군대에서도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시대에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오히려 폭력을 떠받드는 것은 반역사적이다.

흔히 폭력은 대물림된다고 한다. 폭력이 일상화되면 그 폐해에 대해 둔감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화될 수 있다. 폭력이 추억이 되고 낭만이 되고,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없다. 학교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른 대학들도 신학기를 앞두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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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2017-01-12 09:22:29
적폐를 방치하지말고 청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