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전홍철 교수의 “영상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탐방”
[① 백제와 실크로드] 찬란했던 동서 문물교류…그 중심에 '백제'가 있었다서역의 시작 中 돈황·종착점 日 쇼소인에 / 백제와 깊은 연관 있는 유물들 다수 존재 / 전주비빔밥 주요재료, 페르시아서 넘어와 / 호남서 발원 판소리, 중동·인도·일본에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1.12  / 최종수정 : 2017.02.20  17:05:31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전북일보는 우석대 공자아카데미와 함께 백제 시대부터 실크로드에 남긴 우리 선조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영상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탐방’을 기획, 격주로 연재한다.

전통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전주에는 특이한 곳이 있다. 바로 전주 인후동의 이슬람 성원이다. 이곳은 호남 유일의 이슬람 예배당으로 매주 금요일 시리아인 이맘(이슬람교의 예배인도자)의 주재 하에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실크로드 도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올린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서 만나는 대단히 이국적인 풍경이다. 한국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전주는 실제로 예전부터 이슬람문화 그리고 실크로드와 관계가 있었을까. 있다면 얼마나 있었을까.

한국과 실크로드하면 대부분은 신라 경주를 떠올린다. 신라 금관, 괘릉 등 실크로드와 관련된 수많은 유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백제는 실크로드와 관련이 없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깊은 연관이 있다.

백제는 ‘백가제해(百家濟海)’의 준말이다. 백가제해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건넜다는 뜻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건넜으면 나라 이름을 백제라 했을까. 오늘부터 시작하는 ‘영상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탐방’의 향후 연재할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실크로드 육로에서 만난 백제인

광활한 중국이 끝나고 서역이 시작되는 곳 돈황. 이곳에는 세계에서 현존한 가장 규모가 크고, 동양의 루브르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불교 석굴사원 막고굴(莫高窟)이 있다. 최근에 이곳 벽화에서 한국의 삼국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고대 한국인 복식과 의관, 생활 모습이 담긴 인물상이 다량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가운데 백제인 초상화도 있다. 백제인이 실크로드 육로를 따라 동서 문물이 오가던 교류의 장에 확연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특이한 점은 조우관을 쓴 신라인과 달리 백제인은 무후책을 쓰고 있는 점이다.

실크로드의 동쪽 종착점 일본 나라(奈良)에 있는 쇼소인(正倉院). 이곳은 실크로드 희귀 유물과 문서가 가득한 일본 왕가의 보물 창고다. 여기에도 백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유물들이 있다. 코발트빛을 내뿜는 1300여년 전 유리잔. 서역풍이 물씬한 이 유리잔의 다리받침에 새겨진 당초문(唐草紋)과 어자문(魚子紋)은 익산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동제사리호의 문양을 빼닮았다. 일본 학자 나이토(內藤)는 “백제가 서역 페르시아 계통의 유리잔을 수입해 다리받침을 가공해 일본에 전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공주 무녕왕릉. 고대 백제사의 블랙박스를 연 대발견이었다. 무녕왕릉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도 실크로드와 관련된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진묘수(鎭墓獸)다. 진묘수는 글자 그대로 무덤을 지키는 짐승이다. 이 진묘수는 수호신으로서의 상상의 동물 페르시아 그리핀(Griffin)에서 유래한 것이다.

△해상실크로드의 주역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 이곳에서 1323년 중국 절강성 닝보(寧波)에서 출발해 일본 하카다(博多)로 가다 좌초된 무역선이 발견되었다. 당시 경원(慶元)이라 불렸던 닝보는 한국과 일본이 서아시아나 아라비아 상인들과 교역하던 해상실크로드의 본거지였다. 현재 닝보 시내 중심가에는 당시 고려 사신들이 머물렀던 고려사행관(高麗使行館)이 복원되어 있는데 바다 실크로드를 개척한 우리 선조의 뚜렷한 자취이다.

중국 산동성 펑라이(蓬萊). 펑라이는 중국 북방무역의 대표 항구로 한반도 서해 연안에서 출발한 무역선이 가장 많이 정박한 곳이었다. 2005년 펑라이 해안에서는 부안과 강진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를 실은 고려 상선이 발굴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완도에는 청해진 유적지가 있다. 당시 ‘동아시아의 지중해’ 역할을 했던 서해를 누비며 해상왕, 무역왕이라 불렸던 장보고는 바다를 개척한 세계인이었다. 산동성 석도(石島)에는 해상왕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이 있고, 그 옆에는 장보고 기념관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1200여 년 전 바다를 개척해 동북아시아의 해상권과 무역권을 장악한 장보고는 해상실크로드의 주역이었다.

△실크로드와 전주비빔밥 그리고 판소리

전주의 대표음식 전주비빔밥. 전주비빔밥은 세계와 소통하는 음식이다. 재료가 그를 입증한다. 전주비빔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인 마늘, 오이, 양파, 당근 등은 모두 페르시아 지역에서 온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간식 호떡, 호빵, 호두과자. 이 또한 실크로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호떡, 호빵, 호두과자의 ‘호(胡)’ 자는 페르시아를 의미한다.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새로운 음식이라는 뜻이다.

호남 지역에서 발원한 우리의 전통 음악 판소리. 소리꾼이 고수(鼓手)의 북장단에 맞추어 창(唱)과 아니리를 엇섞어 공연하는 판소리는 우리 나라에만 있을까. 다른 나라에는 판소리가 없을까. 만약 있다면, 우리 나라 판소리와 관련이 있을까.

판소리와 유사한 장르는 불교 발원지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매우 다양한 고대 인도의 전통예술 속에서 판소리형 공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의 판다바니(Pandavani)다. 판다바니(Pandavani)는 라마야나와 더불어 인도 2대 산스크리트 서사시로 알려진 마하바라타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판소리형 공연이다. 이웃 중국에는 판소리를 ‘설창(說唱)’이라 하는데 백 가지가 넘는다. 중동, 인도, 중앙아시아를 거쳐 일본에 이르기까지 소리길을 따라가면 다양한 형태의 판소리를 만날 수 있다.

실크로드하면 떠오르는 황량한 사막. 이제는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사막 위의 낙타 대상(隊商) 카라반. 실크로드는 정녕 사라진 길일까. 그렇지 않다. 실크로드는 모래 바람에 묻혀버린 잊혀진 길이 아니다. 실크로드는 백제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살아 숨쉬는 현재의 길이다. 실크로드에 남긴 우리 선조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긴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홍철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원장=돈황학 전문가로 실크로드와 중국문화에 대한 글쓰기과 영상 제작을 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돈황변문집을 완역 출간한 바 있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 〈돈황 강창문학의 이해〉(소명), 〈돈황 민간문학 담론〉(소명), 〈돈황과 동아시아문학〉(차이나하우스), 〈돈황변문집교주〉(1-6권, 소명), 〈당대 변문(唐代 變文)〉(소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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