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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미국·중국 갈등 예고 속 세계경제 안갯속으로
[설 특집] 미국·중국 갈등 예고 속 세계경제 안갯속으로
  • 전북일보
  • 승인 2017.01.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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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노믹스 출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선거 슬로건을 내세워 미국 중산층 백인들의 표심을 사로잡아 미국의 대선에서 승리했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선서를 함으로써 45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어진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빼앗아간 미국의 부를 다시 되찾아 오겠다는 다분히 국수주의적인 내용으로 연설을 하면서 ‘미국 우선 (America First)’을 키워드로 내세웠는데, 트럼프의 경제 정책 즉 ‘트럼프노믹스’는 미국을 우선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것과 미국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두 개의 큰 축을 갖고 있다.

첫째, 보호무역 정책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이익을 보고있는 중국·일본·한국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적용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회사들이 무관세 혜택을 받는 멕시코 등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다시 들여오는 것 또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 뿐 아니라 토요타와 현대자동차 등도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삼성·LG와 같은 한국 가전회사들도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 정책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먹구름을 드리우게 될 전망이다.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됨에 따라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미국으로의 수출량이 감소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우리의 또 다른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일본도 대미 수출에 있어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경기가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으로의 수출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으로의 수출까지 타격을 받아 한국 경제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노믹스에서 준비하고 있는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법인세 인하와 미국 기업들의 해외보유 소득에 대한 세율을 인하해 미국 내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이와 더불어 대규모 사회인프라 확충 프로젝트를 실시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몇몇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기금 마련을 위해 미국 정부는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이 내려가 미국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그 영향으로 시중의 통화량이 감소하고 예금이 줄어들면 미국의 은행에서는 금리를 올려 이를 만회하려 할 것이다. 또한 세금 감면과 인프라 사업 등의 재정 확대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돈이 풀리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늘어나는 것도 미국 금리 인상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에 한국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한국에 있던 해외 자본은 높은 금리를 따라 미국으로 이동하게 될 것인데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될 때 한국의 많은 한계 기업들, 특히 대출에 의지하고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은 추가적인 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해 도산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주택 대출 등으로 사상 최대 수준인 1300조의 가계 부채를 떠안고 있는 가정들은 이자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수출 악화로 경기가 위축돼 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 등을 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트럼프노믹스가 진행될 경우 금리의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이 결과로 나타날 가계 부채의 악화와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제대국 미국의 경제는 한국의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어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는 한국 서민들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세계 경제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이 시기의 경제는 어느 한 쪽이 부유해지면 다른 쪽은 빈곤해질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과 같다. 미국의 보호무역과 금리 인상에 의한 경제와 가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가계와 기업, 그리고 정부의 현명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신익섭 미국 서부 특파원

● 중국 대응은

새해 벽두부터 탈세계화 물결이 강하게 일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EU 탈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탈세계화 논란에 역사적 방점을 찍었다. 지난 20세기 세계 자유무역체제 확산의 첨단에 서기도 했던 두 나라는 숱한 논란 끝에 자국 우선의 고립주의로 국가 전략을 선회했다.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한다면 2017년은 탈세계화 시대의 원년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EU의 한 축인 프랑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반이민과 반EU을 기치로 내건 마린 르 펜을 당수로 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약진이다. 르 펜은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해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EU탈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네덜란드 역시 EU 탈퇴를 주장하는 자유당이 3월 총선에서 제 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EU 탈퇴 당시 우려한 EU 회원국들의 연쇄탈퇴 조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탈퇴한 영국의 선택을 ‘위대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영국과 적극 협력할 것을 시사했다. 또 독일이 주도하는 EU의 미래를 비관하며 유럽 주요국과의 관계 조정,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등 탈세계화 전선의 확대를 예고함으로서 기존의 자유주의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낯선 불확실성의 시대로 본격 진입한 양상이다.

탈세계화의 확산은 수십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중국에도 큰 악재다. 중진국 함정을 넘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안정적 수출 구조를 통해 성장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국가 전략에도 큰 차질을 야기한다. 이를 대변하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개막식 기조연설을 맡아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비판하며 자유 무역과 경제 세계화 지지를 천명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연설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 국가원수가 처음으로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세계 자유무역체제 수호를 역설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중국이야말로 가장 폐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동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애초 클린턴보다는 트럼프의 당선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중국 메시지는 주로 경제적 실리에 치중해 있고 외교 안보면에서 동맹국과의 방위비 분담문제를 이슈화하며 적극적 개입주의와는 거리를 두는듯한 행보가 중국에 좀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오랜 관례를 깨고 직접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축하전화를 받는 파격을 보였다. 그간 불문율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마저도 협상의 대상이라고 밝혀, 향후 중국과의 관계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앞으로 전개될 미·중간의 갈등은 환율과 관세 등의 경제적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외교·안보 부문 전반에 걸쳐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 내각 인사들의 면면을 고려해보면 미국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에도 적극적 개입주의로 나갈 공산이 크다. 북핵 문제 역시 과거 전략적 인내로 대응했던 오바마 정부와는 달리 중국을 활용한 적극적 해법을 강구할 것을 시사해 동북아 안보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점증되는 양극화, 실업율 증가, 이민자 문제 앞에서 오랜 자유무역의 역사를 가진 국가들이 점차 고립을 택하는 퇴행적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이주 노동자를 막고 자국내 복귀 제조기업에 혜택을 주는 일련의 회귀적 정책들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대부분 회의적이다. 현실적으로 선진국에서의 저임금 노동집약 산업 부활은 한계가 있으며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 전쟁 역시 세계 경기침체를 심화시키는 승자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화는 당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일종의 조정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수출을 통해 국부창출을 지속해온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이 기간동안 경제와 외교, 안보부문에서 종전과는 다른 형식의 거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장서묵 북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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