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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태극기 위상'이 흔들린다
3·1절…'태극기 위상'이 흔들린다
  • 천경석
  • 승인 2017.03.01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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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분열 현장 뒤덮은 국기, 특정단체 시위 도구로 사용 / 국민화합 상징성 훼손 우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이 “우리는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고 한국의 독립을 내외에 밝힌 3·1 독립선언서의 한 구절이다.

우리 조상은 이날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전국에서 태극기를 들고 독립을 외치며 만세운동을 펼쳤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 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태극기는 1919년 항일운동의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1945년 광복의 기쁨과 1950년 전쟁의 상흔, 1980년대 민주주의 수호 투쟁 등에도 언제나 국민과 함께한 상징이다.

하지만 3·1 만세운동이 열린 지 98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민과 함께한 태극기의 상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탄핵정국을 맞아 소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로 불리는 탄핵 반대 집단이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나서면서 부터다.

국민들의 한 마음 한 뜻으로 펄럭였던 태극기가 갈등과 분열의 현장에서 나부끼면서 일각에서는 “이제는 3·1절에 태극기를 달지 말아야 하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사는 임성하 씨(36)는 “그동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촛불도 들고 태극기도 매번 가지고 집회에 참석했었지만 최근 박사모들의 행태를 보니 태극기를 가지고 나가기가 부끄러워졌다”며 “그동안 3·1절이나 기념일에 항상 태극기를 게양했지만 이번에는 괜히 꺼려지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는 나라를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3·1절을 맞아 광화문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자유한국당 전북도당 최영신 부위원장(57)은 “사랑하는 내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 있어 태극기를 들고가는 것일 뿐”이라며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마음도 이해하지만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일 뿐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인뿐 아니라 지자체나 각종 보훈단체에서도 예정된 3·1절 행사에서 태극기 사용과 관련해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관련한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광주시와 경기도 성남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태극기와 관련한 퍼포먼스가 취소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절 행사를 펼치는 전북 국학원과 전북 동부보훈지청 관계자는 “태극기는 특정한 사람들의 것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것으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 “그런 의미에서 예정된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는 불쾌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광복회 전북지부 이강안 지부장은 “태극기는 순국선열이 나라를 위해 들었던 우리나라의 정신적 상징인 도구인데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 대단한 애국자인 양 옹호하며 태극기를 들고 시위하는 것이 굉장히 불쾌하다”며 “경건하게 존중받아야 할 태극기가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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