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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바꾸는 사람들
김광용 극단 둥당애 대표 겸 배우 "탄탄한 작품들 저축, 평생 연극하고 파"국악고·서울대 국악과 출신, 연극 동아리 활동에 더 열심 / 연희단거리패서 아내 만나…2010년 군산에서 극단 창단
김보현 기자  |  kbh768@jjan.kr / 등록일 : 2017.03.01  / 최종수정 : 2017.03.02  14:12:03
   
 

국립국악고를 졸업해 서울대 국악과에 입학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연극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요즘 유명해진 배우 황석정 씨가 국악과 선배이자 연극반 선배. 군 제대 후 진로에 대해 방황하던 시절, 황석정의 소개로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 K’ ‘문제적 인간 연산’ 등을 올려 당대의 연출가로 인정받는 이윤택 씨를 만나 연극의 길을 걷게 됐다. 군산의 극단 둥당애의 대표이자 연극배우, 연출가로 활동 중인 김광용(46)씨의 얘기다.

“제 연극 인생에서 이윤택 선생님이 이끄는 ‘연희단 거리패’ 생활을 잊을 수 없어요. 6년 동안 선생님과 밀양연극촌에서 동고동락 했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때의 생활이 제 연극 인생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며 개인적 욕구를 누르고 오로지 연극에만 몰두할 수 있었죠.”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작품인 ‘굿과 연극 시리즈-씻금·오구·초혼’, ‘어머니’ 등 굵직한 작품들을 함께 했다. 속옷도 걸치지 않은 깡마른 몸으로 무대를 누비는 파격적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때 느낀 에너지는 아직까지도 연극 인생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밀양연극촌에서 군산 사람인 배우이자 아내 강나루씨를 따라 군산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10년, 마음 맞는 지역 배우들과 소규모 극단 둥당애를 창단한지도 올해 8년째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길지 않을 수 있지만 군산에서 누구보다 활발히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연극을 만드는 단체다.

지역의 역사를 레퍼토리화 하는 것이 연극의 한 도리라고 생각한 그는 군산에 오자마자 주민들과 함께 군산의 역사를 주제로 3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주민배우들과 매년 3월 1일에 하는 ‘군산 3·5만세 운동 거리극’과 군산 히로쓰 가옥에서 펼치는 상설공연 ‘군산아리랑’, 과거 판자촌이었던 월명동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풀어낸 ‘월명동 역사의 옷을 입다’.

“3·5만세 운동의 경우 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의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활동이에요. 월명동에서는 동학혁명에서 실패한 남원군들이 야학 선생으로 들어오고 미선공(米選工)들이 일본인 공장주들에게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일으킨 파업도 많이 발생하는 등 항쟁이 셌어요. 모두 군산에서 중요하게 부각돼야 할 정신이죠. 군산이 문화 시설만 짓고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듣는데 우리 지역 콘텐츠를 살찌워 지역 문화 활동의 자양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극단 둥당애의 작품은 변신 놀이극인 ‘왕자와 거지’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사물놀이를 찾아 떠난 해치의 모험’ 등 전통 어린이극이 많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지난해 서울 국립국악원에 초청돼 큰 호응을 얻어 올해 재초청됐다.

“곳곳에 문예회관이 생기면서 기획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어린이극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이야 말로 미래의 연극인이나 꾸준한 관객이 될 새싹이잖아요. 그들의 관점에 맞으면서도 질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 일부 연극인들은 어린이극을 무시하기도 하는데 다 같은 연극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둥당애의 작품은 주제가 확고할 뿐만 아니라 국악기와 어우러지는 것도 특징. 그의 전공을 잘 활용한 셈이다. 작품에 극단의 고유한 색깔과 추구하는 목표가 잘 드러나야 한다는 그는 “섬세한 국악기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려줘 친숙하게 만들고 싶다”면서 “우리 전통의 자산들이 모여 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질적인 아주 중요한 연극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실력을 인정받아 국립남도국악원에서 국악 어린이극 ‘뽕 함마니’의 연출을 맡게 됐다. 도내 극작가 최기우씨가 쓴 작품으로, 오는 5월 5일 초연을 한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공연 저축을 잘해서 나이 들어도 공연으로 먹고 사는 것. 언제든 바로 꺼낼 수 있는 대표 작품들을 잘 구축해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다.

“저희 극단은 올해도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았어요. 사업신청을 하면 대체로 그 해 안에 작품을 올려야 하는데, 급하게 만들어 올리느니 차라리 오랫동안 꾸준히 만들고 다듬는 게 장기적인 발전방안인 것 같아요. 20년 된 레퍼토리를 돌리는 팀도 많은데 극단이 자기 살림으로 운영하려면 꾸준히 레퍼토리 개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20년, 30년 극단을 이끌며 영화 ‘라스트라다’의 안소니 퀸처럼 차력하는 할아버지, 피리 불며 이야기 들려주는 할아버지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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