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전홍철 교수의 “영상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탐방”
[④ 한국음식과 실크로드] 전주비빔밥, 세계문명과 소통하다비빔밥 식재료들 비단길 통해 전해져 / 동서양 문명 교류로 다문화 음식 탄생 / 다문화시대, 한국 전통 먹거리 활용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3.02  / 최종수정 : 2017.03.06  12:04:56

다문화 시대의 대한민국. 이젠 어디에서도 외국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전북은 다문화 혼인 비중이 전국 최고다.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체감하는 세계화의 문화적 다양성은 동서 문명을 연결해준 실크로드에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도시 전주는 문명의 루트 실크로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세계에 우리 한식의 위대함을 알린 전주비빔밥과 한국 전통먹거리가 실크로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탐색한다.

△문명 교류의 고속도로, 실크로드

실크로드는 문자 그대로 비단길이다. 비단길은 중국의 명품 비단이 서역에서 인기를 끌자 중앙아시아를 거쳐 로마까지 운송되면서 생겨난 이름이다. 실크로드를 통해 동양에서 서양으로 건너간 것은 비단만이 아니다. 도자기, 칠기, 구리, 차, 약재, 대황 등이 사막을 건너 서양으로 전해졌고, 서양의 유리, 상아, 사자, 불교, 경교, 이슬람교 등이 동방으로 건너왔다. 또한 향신료를 비롯한 수많은 식재료 역시 실크로드를 통해 동과 서를 오갔다.

 

   
▲ 전주비빕밥과 실크로드 지도.

△세계 식재료를 비빈 전주비빔밥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전주비빔밥은 실크로드 문명 교류를 통해 탄생한 다문화 음식이다. 전주비빔밥의 주재료인 쌀, 마늘, 당근, 오이, 시금치, 고추 등은 모두 실크로드를 통해 전래된 식재료들이다.

먼저 우리 국민들의 수천 년 주식 곡물인 쌀은 실크로드를 통해 확산된 대표적인 농작물이다. 벼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중국 운남에서 재배되어 한반도로 전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무병장수의 탁월한 효능을 가졌다는 마늘은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가 원산지다. 2000년 전 알렉산더 대왕은 전투에 임하기 전 병사들에게 마늘을 먹였다고 하며, 만리장성을 쌓는 인부들 또한 마늘을 먹으며 40도를 넘는 무더위를 견디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근은 아프가니스탄이 2000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는 당(唐)나라에서 도입되었기 때문에 당근이라 하고, 빨간 당나라 무라는 뜻에서 홍당무라고도 불렀다.

시금치는 채소의 왕으로 불린다.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뽀빠이’를 통해 친숙해진 시금치는 페르시아에서 아라비아와 지중해 연안을 거쳐 유럽으로 퍼졌고 우리 나라에는 15세기 무렵 중국에서 들어왔다. 토양 수분이 많아야 잘 자라는 오이는 인도와 남아시아가 원산지다. 1494년 콜롬버스에 의해 신대륙에 전해졌으며, 우리 나라에는 1500년 전에 들어왔다.

양파는 이집트와 페르시아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양파를 먹으면 힘이 생기고 양파에 영원한 생명이 들어 있다고 믿었다. 기원전 14세기 투탕카멘 왕과 기원전 12세기 람세스 4세의 무덤에서 양파 화석이 발견되었으며, 피라미드 내부도 양파 그림으로 장식했다. 벗겨도 벗겨도 계속 나오는 양파 껍질 속에 영원한 생명의 힘이 담겨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매운 맛을 내는 대표 식재료인 고추의 원산지는 멕시코와 남미다. 고추는 고초(苦草)에서 유래된 말로 일본에서는 도우가라시(唐辛子), 중국에서는 애초(唐椒)라 불리운다. 고추는 우리 나라에서 왜초(倭椒)라 했는데 1614년에 (광해군 6년) 일본에서 처음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고추가 우리 나라에 유입된 후 한국 음식문화는 크게 변화했다. 백김치가 붉은색 김치로 바뀌고, 육개장 등 고춧가루를 이용한 국물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호박은 열대 및 아열대 기후인 미국 남서부 지역과 멕시코 북부가 원산지이다. 호박은 병자호란 이후 중국에서 환국하는 사신에 의해 우리 나라에 유입되었다.

솔솔 고소한 냄새 풍기는 참기름을 만드는 참깨는 호마(胡麻)라 불렸는데, 페르시아 상인을 통해 중국에 전파된 후 다시 한반도로 유입되었다.

△ ‘호(胡)’는 페르시아풍 새 트렌드

한국 전통음식과 실크로드의 연관성은 우리 주변의 ‘호(胡)’ 자가 들어간 음식 이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간식 호두과자, 호떡, 호빵에는 우리가 흔히 오랑캐라고 부르는 ‘호’ 자가 붙어 있다. 또한 한국음식 식재료 중 한자 표기에 ‘호(胡)’ 자가 들어가는 것이 상당수다. 마늘은 호산(胡蒜), 오이는 호과(胡瓜), 참깨는 호마(胡麻), 양파는 호총(胡蔥), 당근은 호나복, 후추는 호초(胡椒)라 하여 모두 ‘호(胡)’ 자로 표기했었다. 여기서 ‘호(胡)’ 자는 수입 외래종이나 외래문화를 뜻하는 글자이다.

 ‘호’ 자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동서 문명 교류를 꽃피웠던 중국 당(唐)나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에는 외국인이 넘쳐났는데, 이들을 호인(胡人)이라 불렀다. 호인은 중앙아시아의 소그드인이나 페르시아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외국 음악을 호악(胡樂), 외국 의상을 호복(胡服), 외국 음식을 호식(胡食), 외국 무용을 호무(胡舞), 외국 음악에 맞춰 춤추는 여인을 호희(胡姬)라 할 정도로 외국문화 선호 열풍이 불었고 이를 ‘호풍(胡風)’이라 하였다. 여기서 ‘호’ 자는 페르시아풍의 새로운 유행과 트렌드를 대신하는 상징이었다.

△전주의 역동성, 다양한 문화 간 공존

문화는 원래 상대적이며 상호 교류를 통해 발전한다. 실크로드가 그를 입증한다. 예로부터 동서양은 실크로드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접하며 발전을 이를 수 있었다. 교류가 빈번한 곳일수록 문화가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했다. ‘한(韓)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는 전주의 도시 슬로건은 다양한 문화 간의 공존을 강한 역동성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계와 소통하는 음식 전주비빔밥과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전통 먹거리를 다문화시대에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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