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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과 파란 리본
아카데미 시상식과 파란 리본
  • 김은정
  • 승인 2017.03.0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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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Academy Award)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다. 1929년에 제정된 이 상은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데, ‘오스카’는 수상자에게 전달되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인체상에 붙여진 애칭이다. 상금이 따로 없지만 감독과 배우 등 영화인들은 무엇보다도 ‘오스카’를 받는 것을 큰 영예로 삼는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화제다. 작품상 수상작이 실수로 뒤바뀌어진 치욕적인 해프닝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주요부문 수상 후보에 유색인종을 단 한명도 내지 않아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 받았던 아카데미상은 올해 ‘흑인 돌풍’이라고 할 정도로 주요부문의 상이 흑인영화인들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인종차별의 경계가 없어진 상황을 두고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메릴 스트립에 대해 트럼프가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폄하한 것에 대해서는 ‘한 여배우는 과대평가된 연기로 오랜 세월 건재하며 올해까지 20차례나 후보에 지명됐다 ‘고 응수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과 인종차별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언급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과 항의의 메시지가 이어진 덕분(?)이었다.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은 이란의 파르하디 감독은 ‘이슬람 7개 나라 국민의 입을 막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항의이자 이란을 포함한 다른 6개국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분장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알렌 넬슨도 ‘모든 이민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소감으로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영화인들의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는 레드카펫에서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드레스와 턱시도에 파란리본을 달고 등장한 것이다. 파란 리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을 지지한다는 상징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단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의 파란 리본 물결은 어느 정치적 메시지 보다도 강했다. 그 풍경,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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