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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일척
건곤일척
  • 김재호
  • 승인 2017.03.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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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0일 오전 11시로 정해졌다. 박대통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은 지난 6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 뇌물수수와 공·사기업 부당인사 개입, 공무상 기밀누설,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등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에 박대통령 측은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 표적 수사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선고를 앞둔 헌재의 고심이 클 것이다.

박대통령 탄핵 찬반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악을 일소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아무리 정당하다고 한들 박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살아나야 이익을 취하는 세력의 반발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정의와 상관 있든 없든 그것도 그들의 자유니까. 선한 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세상은 온통 선과로 가득해야 마땅하겠지만 이브가 하와의 유혹에 빠진 이후 그저 이상이 됐다. 안면몰수 앞에선 난감할 뿐이다.

헌재는 법적 판단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민주 사회 구성원들의 기본이다.

박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그야말로 건곤일척이다. 건곤일척은 중국 유명 문필가를 이르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당나라 시인 한유가 중국 천하 재통일의 패권을 놓고 항우와 유방이 싸웠던 황하강의 홍구지역을 지나가면서 지은 싯구에 나오는 말이다.

龍疲虎困割川原(풍파가 잦아들고 강이 들을 나누니) 億萬蒼生性命存(억만창생 생명이 숨쉬는구나) 誰勸君王回馬首(누가 왕에게 말머리를 돌리라고 권하여) 眞成一擲賭乾坤(그야말로 단 한 번 승부에 하늘과 땅을 걸게 했는가)

박영수 특검이 물러설 수 없는 수사를 벌였듯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평의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였을 것이다. 대통령직이 걸렸고, 대한민국의 정의와 미래가 걸린 사건이다. 그 만큼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위중한 시국 아닌가.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를 지낸 이형규씨가 6년 전에 펴냈던 저서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의 개정판 ‘결정의 기술’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최고가 아닌 최선의 결단을 만드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최선의 결단이란 이기적인 결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의 이익, 공동의 밝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헌재의 그런 판결을 기대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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