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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소식 접한 도민 만나보니…뜨거운 눈물 흘린 촛불 “진실은 침몰하지 않았다”
전북일보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3.10  / 최종수정 : 2017.03.10  15:23:57
   
▲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실시된 10일 전주 객사 걷고싶은거리에서 생중계를 시청하던 시민들이 탄핵인용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소식에 촛불이 ‘눈물’을 흘렸다. 겨우내 고생했던 서로의 얼굴을 훑더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슬퍼서가 아니다 미소를 머금은 행복한 얼굴이다. 이들은 이것이 끝이 아닌, 잃어버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초를 만들자는 의지도 잊지 않았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접한 도민들을 전북일보가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 주>

△“진실은 침몰하지 않았다”…객사 옆 생중계

10일 오전 11시 전주시 객사 인근 농성장.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비상시국회의’가 주최로 시민 50여 명이 모여 대통령 탄핵 실시간 생중계를 함께 지켜봤다. 이정미 재판관의 담담한 판결 요지에 시민들은 숨을 죽였고, 두 손도 꼭 쥐었다. ‘박근혜 퇴진’ 피켓을 손에 든 참가자들은 행간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 대목에서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정치적 무능력은 소추 사안이 될 수 없다”는 이정미 재판관의 말에서는 일부 표정이 굳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구절이 나오자 “우와”, “이겼다”, “만세”라는 탄식과 환호가 쏟아졌다. 일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기자가 “얼마나 좋냐”는 질문을 하자 한 시민은 울음으로 답했고, 시민 최승희 씨(전주시 삼천동)는 “4개월 넘게 너무 힘들었는데, 탄핵당해 기쁘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북비상시국회의 이세우 대표는 “도민들이 있었기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이는 일차적인 문턱을 넘었다. 앞으로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놓여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데 저희가 힘을 내겠다”며 “그 일에 도민들이 함께해달라”고 강조했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현장을 찾은 구이중학교 2학년 이찬영 군은 “당연히 만장일치로 인용을 예상했는데, 벅찬 감동을 받았다”며 “그동안 촛불을 들고 외친 보람이 있다”고 말한 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달했다.

전북비상시국회의 관계자는 4개월간 매주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데 도움을 준 전주시 충경로 일대 상점에 LED촛불로 만든 꽃다발을 건넸다.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전주 객사 인근에 설치한 24시간 농성장도 웃으며 철거했다.  ‘촛불’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촛불 승리 도민 축제 한마당’을 진행할 예정이다.

△ “딸 만나러 가는 길 탄핵은 보고 가자”…전주역 대합실

오전 10시 30분 전주역 대기실. 대기실 한 편에 마련된 TV 속에는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풍경과 재판관들의 출근길 모습이 되풀이되며 방영 중이었다.

오전 11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시작되자 전주역사 안팎에 있던 사람들 모두 대기실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저기요. 좀 조용히 해 주세요” 대기실에 들어온 시민 몇 명이 큰 소리로 떠들자 대기실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TV소리를 들어야 하니 조용해달라고 말했다.

11시 16분께 이정미 대행의 입에서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대기실에서는 “아!” 하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11시 21분.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대기실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이윽고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이야기가 이정미 재판관에게서 나오자 대기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당연하지”, “아 괜히 마음 졸였네”와 같이 안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퍼졌다.

대기실 가장 앞자리에 앉아 손목에 찬 묵주 팔찌를 계속 만지작거리던 박모 씨(55·여)는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박 씨는 “경기도에 있는 딸 만나러 가는 길인데 역에서 보려고 택시 타고 왔다”며 “당연히 인용될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며칠 전부터 혹시나 안 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한 마음이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1시 30분 전주역에 도착한 1121 새마을호에서 내린 승객들도 서둘러 대기실로 들어와 TV 속 ‘헌법재판소 대통령 파면 결정’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손뼉을 치며 역을 빠져나갔다. /남승현·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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