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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촛불시위 이끈 전북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 "부정부패 청산 통한 새 대한민국 만들기 남았다"이세우 "일차적 승리, 끝이 아니야" / 최승희 "한고비 넘긴 것, 과제 많아" / 조상규 "시내버스 경적 시위 기억" / 윤종광 "무엇보다 재벌개혁이 중요"
전북일보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3.12  / 최종수정 : 2017.03.16  17:54:16
   
 
 

박근혜 탄핵 정국을 맞아 전북 곳곳에 울렸던 함성이 요원의 불길처럼 우리들의 삶에 펼쳐지고 있다. 4개월 전 거리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고, 시내버스는 경적을 울렸고, 가족과 지인은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며, 지역 민주운동사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탄핵 정국 내내 전북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이어져온 데는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 써온 이들이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비상시국회의’의 공동대표를 맡아 이를 이끌어온 사람들이다. 이세우·최승희·조상규·윤종광 대표로 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뒤 그들의 속 이야기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세우 목사

지난 10일 오전 11시 객사 인근에서 울려퍼진 ‘박근혜 대통령 파면’ 소식에 이세우 목사(완주군 이서면 들녘교회)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그는 지난 4개월간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인근 상점을 돌면서는 “그동안 시끄럽게 집회하느라 민폐였죠?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꽃다발을 선물했다.

탄핵 인용 뒤 공식 인터뷰에서 그는 “조마조마했는데, 인용돼서 기쁘다. 촛불의 입장에서 보면 일차적인 승리를 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고 부정부패를 청산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2차 과제다. 도민들과 함께 촛불들고 나온 심정을 잘 받들어 앞으로 중요한 과제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세우 목사는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모든 시민사회단단체가 의견을 내 함께 동의되는 것만으로 집회를 이어왔다”며 “노동, 환경, 여성, 교육 등 광장에서 도민과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정리해 민심으로 부터 멀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학생들이 큰 힘을 써줘 고맙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초반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대거 몰려 나와 분위기를 띄웠는데, 어른들이 잘못해 나라가 어지러운데 학생들이 분노해 적지않게 당황했다”며 “충동적으로 나온 것인지 싶어 돌려보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스스로 발언을 신청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우였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탄핵이후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비상시국회의’는 “목적을 이뤘으니 해산하느냐”, “정권 교체가 이뤄질 때까지 이어가느냐”를 놓고 고민중이다.

이세우 목사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달성한 것으로 사실상 목적을 수행한 것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며 “조만간 대표자 회의를 거쳐 전북비상시국회의의 존립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승희 대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입에서 주문이 선고되자 최승희 전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최 대표는 “4개월 넘는 시간 동안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다”며 “이번 탄핵 인용으로 민주주의의 불씨가 다시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처럼 큰 성과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며 “그동안 집회에 참여했던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간다”고 읊조렸다.

이어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항상 자발적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줘 힘을 낼 수 있었고 시민들이 자유 발언하며 무대를 꾸밀 때 ‘이렇게 시민들이 함께하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시민들이 함께 만든 광장에서 탄핵 인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이제 한고비 넘겼을 뿐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탄핵 인용은 됐지만, 박근혜와 국정농단에 가담했던 세력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있어야 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두 달 뒤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진행될 텐데 어떤 대통령을 뽑느냐가 우리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북비상시국회의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최 대표는 “여성 폭력과 여성 혐오, 한일 위안부 문제, 노동현장 내 여성 차별 문제 등 이질적이게도 첫 여성 대통령 정권에서 여성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며 “여성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통령, 굴욕적인 한일위안부 합의를 뒤집을 수 있는 대통령, 세월호 조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사위를 만들 대통령, 성 평등을 위한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상규 의장

조상규 전농 도연맹 의장은 “탄핵 인용 선고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가짜 뉴스를 비롯해 서울 여의도 정가에 ‘어떤 재판관은 기권이니 반대이니’라는 찌라시가 나돌아 고민했다”며 “그렇기에 재판관 8명 모두에게 촛불 민심을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조 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사회단체가 서로간에 자주 대화를 갖고 토론하니까 이해 정도가 넓어진 것 같다”며 “박근헤 정권 퇴진이 지역사회의 연대의 정신을 높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북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를 맡은 뒤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시내버스 경적 시위’를 꼽았다.

조 의장은 “탄핵 정국 초기 전북지역 버스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차에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걸고, 경적을 울렸던 것이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전주를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성지로 느끼고 더 뜨겁게 달아오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검찰청 청사 포크레인 돌진과, 최순실을 향해 동물의 분뇨를 투척한 장면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특히 김제의 한 중학생이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혼자 경찰서에 가 집회 신고를 하고 실제 학생들과 거리 집회를 한 것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을 촉발한 계기로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의장은 특히 ‘박근혜 퇴진’이라는 공동 목표가 여러 단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극복하는 데 큰 가치가 됐다고 했다.

그는 “비상시국회의에 늦게 참여한 단체에 대한 거리감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19차 집회까지 진행을 하면서 이견없이 잘 진행된 것은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윤종광 본부장

민주노총 전북본부 윤 본부장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민주노총이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며 “이번 탄핵 인용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민주노총을 불순한 테러집단인 양 몰고 갔던 박근혜 정권이 헌법을 위배해 통치해왔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첫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과 광장에 모인 수많은 촛불을 눈앞에서 확인했을 때 북받쳤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첫 집회를 준비하며 ‘사람들이 모일까? 안 모이면 어쩌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풍남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설 자리가 없도록 사람들이 가득 찼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 뒤로는 시민들을 믿고 주저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에 나서며 유독 추웠던 겨울날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달라며 손난로를 몇 상자 씩 후원하신 분, 탄핵 인용 촉구 천막 농성장 앞을 지나가며 파이팅을 외쳐주신 분 등 기억나는 장면이 많다. 매 순간 감사했고, 뿌듯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본부장 역시 탄핵 인용이 끝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광장에 모인 이유는 박근혜 4년 내내 심화된 사회 불평등, 재벌 독식, 노동조건 악화 등으로 한국 사회가 너무 살기 힘들었다는 호소”라며 “이렇게 망가진 사회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반성과 책임감이 촛불을 들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자의 목소리로, 노동자의 편에서 무엇보다 재벌들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벌 총수는 피해자가 아니라 국정농단에 가담하고 자신들이 들인 비용보다 훨씬 큰 이득을 취한 집단”이라며 “이들 재벌총수를 구속하고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촛불 집회는 우리가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연대감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며 “이런 마음이 모이면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남승현,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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