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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
확증편향
  • 이성원
  • 승인 2017.03.14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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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오류투성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수 년 동안 매일 다녔던 길에서 어느 날 불현 듯 낯선 골목이나 간판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이런 게 여기 있었나?’

선택적 노출의 결과다. 선택적 노출이란 자신에게 필요하고 관심 있는 것만 받아들이는 지각적 메커니즘이다. 시간과 인지적 노력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요한 정보들이 엉성한 거름망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다.

선택적 지각이 쌓이면 확증편향으로 이어진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기대, 판단 등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척하는 경향이다. 확증편향이 일단 시작되면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다른 증거를 가져다대도 그것은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정도에 이르면 우리는 그 사람이나 집단 앞에 ‘광(狂)’이나 ‘맹(盲)’자를 붙여 표현한다. 광신도니, 광팬이니, 맹목적이니, 맹신이니 하는 것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엊그제 청와대를 나와서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종편방송들은 이를 생중계했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느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지만, 어쨌든 볼(뉴스)거리였다. ‘쫓겨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해맑은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 사저에서 나와서 청와대로 향하는 4년전의 자료 영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국민들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맹신적인 지지자들과만 나누는 음험한 것이었다. 그들은 언론을 향한 노골적인 적개감과 위협으로 이에 보답했다. 전부터 언론을 탓하고 국민에게 손가락질하면서 태극기를 깔고 앉고 뒹글고 뭉갰던 사람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그들 속에서 잠시나마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옳고 그름이 있다. 그 사리분별은 맹신이나 광기로 쉽게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만 모를 뿐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민경욱 전 대변인(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했다. 국민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는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성실하게 검찰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이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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