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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정권의 유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3.19  / 최종수정 : 2017.03.19  23:37:15
   
▲ 한완수 전북도의회 의원
대한민국 전체를 분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박근혜 정권. 이제는 대통령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지만, 국토정보공사의 지역본부 통폐합 조치로 전북은 다시 한 번 몰락한 정권의 유탄을 맞게 될 처지에 놓였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4년 동안 처절할 정도로 전북에 대한 소외와 차별을 고착화시켰던 ‘차별 정권’이었다. 대통령 탄핵이 전북 소외와 차별에 종식을 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4년간 자행된 차별과 억압이 지독하고 고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근혜정권이 과거완료형으로 유폐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일까. 아니면 장막 뒤에서 전북을 옥죄는 못된 망령으로 끝까지 남아 있으려고 그러는 것일까.

논란이 되고 있는 국토정보공사의 지역본부 통폐합 방침이 폐기되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군사독재정권 시절 이후 가속화된 전북의 소외와 낙후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전북은 취약한 산업기반과 쇠락한 지역경제, 그리고 이로 인한 인구유출 가속화 등 겹겹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얘기를 꺼내는 것이 상투적일 정도로 차별과 소외는 전북을 상징하는 단어가 돼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전북 몫 찾기’를 외치고 있는 것인데, 몫을 인정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앗아가려 하고 있다.

호남권 내의 기형적인 광주전남 편중현상이 가속화되는 것도 문제다.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의 공공기관 및 특별지방행정기관 분포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총 49개 기관 중 40곳이 광주에, 5곳은 전남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반면, 전북에는 불과 4개 기관밖에 되지 않는다. 비율로 치면 92%와 8%가 되는, 그야말로 천양지차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이 중앙에 예속되고 주변화 되는 현실에서 전북은 또 한 번의 예속과 주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전북도민의 상실감이 어떨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끝으로 국토정보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의 지역본부 통폐합 조치는 이미 막을 내린 정권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2월 취임 1주년 대국민담화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자신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모방한 것으로 지적받았던 구상인데, 한 마디로 박근혜식 성장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 정상화를 통한 공공부문 개혁 추진이 주요 과제로 설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이 마무리된 지금, 정작 계획을 밝혔던 당사자가 피의자로 전락해 법의 심판대 위에 서게 될 처지라는 점이다. 즉,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권이 국민의 불신과 분노만 키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비롯한 지난 정권의 주요 국정과제들도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전북은 이미 과거형이 되어 버린 정권의 유탄을 맞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고 다음 정권 출범후 검토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 국토정보공사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행하겠다고 공표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 마음 놓기에는 이르다.

강조하건대,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른바 ‘장미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국토정보공사의 지역본부 통폐합 조치와 같은 공공부문의 기능조정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 대통령의 탄핵에는 대통령이 내세운 주요 국정기조와 과제에 대한 탄핵도 내포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무슨 이유로 몰락한 정권의 유탄을 맞아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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