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너무 먼 곳에 있는 말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3.19  / 최종수정 : 2017.03.19  23:37:15
‘나는 빤히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열심히 액정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 달에 소설을 한 편 이상 읽는 독자라면 그 이름 석 자만은 익히 알 것 같은 어느 작가의 단편소설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이 두 개의 문장에는 어떤 공통점이 들어 있는가.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의 거리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우리 문장에서 부사어는 다른 부사어나 용언을 꾸미고, 관형어는 체언을 꾸며준다. ‘아주 느리게 흐르는 강물’ 같은 문장이 그걸 한눈에 보여준다. 부사어 ‘아주’는 다른 부사어 ‘느리게’를, ‘느리게’는 용언인 ‘흐르는’을, 관형어 ‘흐르는’은 체언인 ‘강물’을 꾸미고 있다. 이 구절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까닭은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을 가깝게 두었기 때문이다.

앞서의 예문으로 돌아가 보자. 첫 문장의 ‘빤히’가 꾸미는 말은 ‘바라보았다’일 것이고, ‘열심히’는 ‘응시하고’를 꾸민다. 그 둘 사이를 다른 몇 개의 단어가 가로막고 있어서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액정 모니터를 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와 같이 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가 술에 취하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잠든 초롱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하는 말이다.’라고 쓴 문장은 어떤가. 마치 초롱이라는 아이가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면서 잠든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갖게 한다. ‘혀 꼬부라진 소리로 하는 말이다.’라고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국민이라도 그 이름만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어느 소설가의 단편소설에는 또 이런 게 있었다. ‘그는 유심히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제 왼손은 얌전히 욕실 바닥을 향해 늘어뜨려져 있었다.’ 이 두 문장의 부사어 ‘유심히’, ‘얌전히’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 그림 속의 ‘…일제히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며…’의 경우 부사어 ‘일제히’ 역시 ‘환영하며’를 꾸미고 있으므로 ‘…헌재의 결정을 일제히 환영하며…’라고 써야지 싶은 것이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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