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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사랑한다' 눈물로 쓴 엄마 손편지실습생 자살사건 대책위, 전주서 추모제 마련 / 홍양 부모, 미리 징후 발견 못한 죄책감에 울음
남승현  |  reality@jjan.kr / 등록일 : 2017.03.19  / 최종수정 : 2017.03.19  23:37:09

“당장이라도 ‘아빠’하면서 문을 열고 달려올 것 같은 딸 생각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저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대우빌딩 앞. 숨진 현장실습 여고생 홍 모양(19)의 아버지 홍순성 씨(58)는 “어린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내고 할 말을 잃었다.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아버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북지부 등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추모제에 부인 이천옥 씨(50)와 함께 참석한 홍 씨는 시종 표정이 어두웠다.

검은색 패딩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홍 씨는 딸을 지켜주지 못한 스스로의 죄책감 때문인지 시선은 땅에 떨어지고, 한숨도 잦았다.

홍 씨 옆에 서있던 이종민 씨(63)가 홍 씨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이 씨는 숨진 홍 양과 같은 이동통신업체 전주고객센터에서 지난 2014년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고(故) 이문수 씨의 아버지다.

   
▲ 17일 전주 대우빌딩 앞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박형민 기자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안호영 국회의원, 공동대책위 관계자 등 100여 명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혔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의식과 공연도 진행됐다.

매일 출퇴근길 19살 소녀에게 만감이 교차했을 회사 앞 버스정류장. 추모 공간으로 변한 그 자리에 부모가 섰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훔치던 홍 양의 어머니는 90분의 추모제가 끝나자 남편과 함께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직접 올려놓은 뒤,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리고 몸을 숙여 작은 엽서에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OO아 사랑한다/엄마가 미안하다/네 마음 몰라 준 것이 어찌/이젠 맘 편히 살거라/그동안 고마운 딸이었다/사랑한다’

딸의 이름을 적으면서부터 울음이 터진 어머니는 글자 한 자 한 자에 심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끝으로 ‘사랑한다’를 다시 쓴 어머니는 볼펜을 쥔 채 고개를 들더니 더는 적지 못하고 돌아섰다.

추모제가 끝난 뒤 만난 홍 양의 부모는 “딸의 자살 징후를 미리 알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며 자책했다.

어머니 이 씨는 “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던 딸에게 여기서 물러나면 지는 것이니 한 번 끈기있게 해보라고 반대했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지난 1월 22일 일요일 점심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간 마지막 딸의 모습을 본 그 시간이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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