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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먹이사슬
  • 김재호
  • 승인 2017.03.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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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쭉 펴고 있다. 산야에 푸릇한 기운이 시나브로 강해지고 매화, 산수화, 목련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초록으로 물든 산야를 산벚이며 진달래, 철쭉이 울긋불긋 수놓을 것이다.

겉으로 자연은 매우 평화롭다. 하지만 작은 수풀에서조차 생명을 건 숨가쁜 전쟁이 치열하다. 뱀은 개구리 등을 사낭하지만 매나 너구리의 사냥감일 뿐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정의란 없다. 그저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오직 생존 본능이 작용할 뿐이다.

최근 전주에서 핫 이슈 중 하나가 된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도 그런 생태계의 먹이사슬 체계에서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분양가 논란의 핵심은 우미건설이 지난 20일 ‘전주 효천지구 우미린’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기 위한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 신청서를 전주시에 접수했는데, 분양가가 3.3㎡당 917만 원으로 책정돼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전주시는 896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나마 건설사는 요지부동이다.

이 문제는 택지개발사의 토지 매각, 아파트 업자의 분양, 소비자의 매수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더 챙겨야 하느냐가 본질이다.

효천지구를 개발한 LH공사는 주민 등 부동산 소유자들로부터 싸게 토지를 매입했고,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는 최고가낙찰방식을 써 큰 이익을 남겼다. 공동택지를 매입한 우미건설은 입찰에서 원래 공급예정가인 3.3㎡당 377만원보다 훨씬 비싼 551만원을 써내 택지를 낙찰받았다. 그 무리한 매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미건설은 국토부 건축비가 상승했다는 이유를 대며 917만 원이라는 최고가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사는 속으로 주판알을 굴린다. 어차피 건설사가 한 발 물러서 분양가를 800만 원으로 낮추면 순수 소비자 뿐만 아니라 투기꾼들까지 그 이익을 차지한다. 아파트 가격은 분양과 동시에 주변시세에 맞춰 900만 원대로 뛸 것이 뻔하다. 손해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미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LH공사는 큰 이익을 남기고 빠졌다. 이제 중간 포식자인 건설사가 남겨진 고기를 좀 먹자는 데 주변에서 아우성이다. 계속 이런 먹이사슬 구조가 이어졌고, 이번에도 결국 순수 소비자는 봉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와 행정이 잘해야 약자도 산다. 그래야 뱀·독수리 관계와 다른 인간 먹이사슬 구조가 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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