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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전주세계소리축제 이끌 박재천 집행위원장 "멀리 봐야 소리에 근거한 전통의 가치 볼 수 있어"틀 갖췄으니 멋진 관객 필요…중·장년 지지세력 만들어야 /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소리로 올 프로그램 다양하게 확장
진영록 기자  |  chyrr@jjan.kr / 등록일 : 2017.03.26  / 최종수정 : 2017.03.26  23:18:33
   
▲ 앞으로 3년간 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이는 박재천 집행위원장이 올 소리축제의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표적 공연예술제’ 평가에서 처음으로 A등급을 획득하면서 대한민국 음악예술제 중에 최고 등급으로 격상되는 경사를 맞을 수 있도록 지난 3년간 축제를 이끌어온 박재천 집행위원장. 그는 현재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을 3년 더 맡도록 내정된 상태다. 오는 4월 6일에 열리는 (사)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조직총회에서 재선임 여부를 확정 짓게 된다.

연임을 앞둔 박재천 위원장에게 앞으로 3년간 소리축제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향후 계획을 물었다. 그는 소리축제가 왜, 무엇 때문에 전주와 전북에 소중한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더 소리축제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소리축제를 향한 올곧은 마음은 어느 전북인보다 더 강하게 다가왔다.

“전통은 절대 망할 수 없어요. 국악이 천편일률적이다, 존재감이 없다, 관객들이 적다고 다들 말하지만, 전통음악축제에서 흥행이란 있을 수 없어요. 전통은 그냥 있는 것입니다. 전통축제가 망했다고 없앨 수는 더군다나 있을 수 없죠. 지금도 쌓여가고 있는 것이 전통입니다. 전통은 진실합니다. 진실한 전통에 기반을 둔 축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멀리 보아야 소리에 근거한 전통의 가치를 볼 수 있습니다. 전북은 연주, 관객, 프로그램 등 축제의 기반을 모두 골고루 갖추고 있어 어느 지역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북에서 성숙한 소리축제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인 거죠.”

- 전통과 소리의 중요성부터 강조하는데, ‘예향 전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전북에는 수백 년을 내려온 예향의 분위기가 살아 넘치고 있습니다. 전북과 소리를 전체로 보아야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다들 전북을 부러워하는데, 왜 전북 사람들은 이를 모르는지요. 소리의 고장에서 열리는 소리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이제 정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전통에 바탕을 둔 전북의 예술정신부터 되살려내야 합니다. 진정한 ‘예향 전북’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 아주 단호하게 전북의 전통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전통에 기반을 둔 소리축제는 어떤 형태이어야 하는지?

“소리축제를 개최해온 지난 15년 중에서 앞선 10년은 혼란기였고, 그 후 4~5년 정도는 성숙하고 안정된 축제였습니다. 이제 도민들이 원하는 축제의 여건은 만들어졌습니다. 전북에 풍성하게 자리하고 있는 전통으로 소리축제의 맛을 내고 싶습니다. 예향 전북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 한편, 여러 가지 산재된 많은 행사를 축소시키고, 전북문화의 디테일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축제의 확장이나 새로운 해외시장 등의 영역 개척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순도가 높은 하이엔드급으로 가야 합니다. 내실을 기해야 할 때입니다.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 소리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그동안 소리축제의 틀과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소리축제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외국에서의 반응도 많이 달라졌고요. 이제는 멋진 관객이 나와야 할 차례입니다. 그동안 잃어버린 전통음악을 소리축제가 끌어안고 새롭게 나아가야 관객들도 돌아옵니다. 지난 축제를 돌이켜 보면, 중·장년층은 소리축제의 정서적 이탈자였습니다. 지난 1회 축제 때 가졌던 감동에 비해 그 이후의 축제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하자 40~50대들이 실망했습니다. 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된 거죠. 전통과 현대 양식을 다 아는 관객이 40~50대입니다. 15년 전 제1회 소리축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중·장년층을 되찾아와야 합니다. ‘문화 수도 전주’문화 지성체 은퇴세대인 노인층과 중·장년층들을 문화를 향유하고 축제를 지지해주는 세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문화적 소양을 갖춘 지성체들을 소리축제로 끌어들여, 천 년 전라도 이후의 새로운 천 년을 맞는 소리축제로 만들도록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겠습니다.”

- 올해 소리축제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올해는 ‘컬러 오브 소리(Color of Sori)’를 주제로 다양한 ‘소리’의 스펙트럼을 펼쳐낼 계획입니다. 우리가 알고 느끼고 인식해 온 ‘소리’의 영역은 다채로운 실험과 시도로 확장됩니다. 귀로 듣는 소리에서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소리로 확장하고, 익숙한 소리에서 낯설고 생소하고 호기심 어린 소리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며 소리의 스펙트럼은 무한히 확장되는거죠. 특히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이라는 두 동력이 갖는 고유의 색채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개막공연을 통해서는 과감히 융합되고 수용되는 모습을 그려내 그 주제성을 뚜렷이 할 계획입니다.”

- 지난 소리축제에서 가장 의미가 있었던 행사는?

“소리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은 당연히 판소리 다섯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2000석 좌석과 무대 연출의 자유로운 활용을 할 수 있는 소리문화전당 모악당 주인이 판소리어야 한다는 거죠. 저는 모악당에서 ‘모던한 공연예술’로서 판소리의 가능성을 실험했습니다. 모악당 위에 무대와 객석을 동시에 올려, 판소리 공연의 무대장치와 미디어 등 현대적 장치를 충분히 발휘했습니다. 관객들에게 21세기형 판소리 무대의 신선함을 안겨준 거죠. 모악당에 관객 1000석이 채워지는 그 날까지 소리축제 판소리 메인공연을 모악당에서 개최할 계획입니다. 전북에서 이런 공연을 하지 않으면 누가, 어디에서 이런 공연을 하겠습니까? 안된다고 해서 줄이고 줄이는 것으로는 전통문화를 지킬 수 없습니다.”

-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전북의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아올 때입니다. 이제 그 몫은 도민들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전북인 모두가 먼저 관심을 두고 최대한 응원해야 합니다. 전주와 전북의 내부에서 잃어버린 우리 정서를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응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클래식·재즈 연주자, 전통음악까지 섭렵

지난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초등학교 고적대에서 작은북을 연주한 것이 계기가 돼 밴드부, 음악대학(클래식 작곡), 군악대, 오케스트라, 그룹사운드, 월드뮤직, 판소리, 사물장단과 굿장단, 프리뮤직. 현대음악, 전위재즈의 역사 등 다양한 음악의 경험과 교육을 토대로 즉흥음악 타악 연주자가 되었다.

클래식 음악과 재즈 연주자로 활동하면서도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으로 배우고, 진도씻김굿의 전통 굿 장단과 사물놀이 장단을 섭렵했다. 직접 작곡한 KBS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의 메인 주제곡 ‘여인’은 소리꾼 오정해가 불러 많은 호응을 받은 곡이다. 2012년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안숙선 명창(판소리)과 이광수 명인(사물놀이), 김청만 명인(고수), 미연(피아노)과 함께 공연한 ‘조상이 남긴 꿈’은 한국음악의 즉흥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로 국악계에 큰 호응을 받았다.

박재천 위원장은 한국의 음악가들은 클래식이나 재즈, 대중음악을 막론하고 반드시 판소리와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연주활동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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