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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농장과 AI
동물복지농장과 AI
  • 이성원
  • 승인 2017.03.2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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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동물의 복지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집에서 키우던 개도 여름철 복날이 되면 잡아먹었다. 기력을 보충할 다른 방법도 딱히 없었다. 그만큼 각박했다.

이러한 역사는 보신탕 풍습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을 낳았다. 1994년, 프랑스 영화배우 브리지도 바르도는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를 ‘야만’이라고 비난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애완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는 반발을 샀고, ‘이제 개고기를 그만 먹을 때도 됐다’며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개고기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른 것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기간이었다. 여자양궁 종목에 출전한 기보배 선수가 개고기를 먹었다며 배우 최여진의 어머니 정모씨가 과격한 욕설을 섞어 기보배 선수와 부모를 심하게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개고기 먹는 풍습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 같다.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 것도 한 원인이고, 반려동물이 증가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식용견의 사육환경 못지 않게 심각하고 비인도적인 강아지 공장과 동물 학대 및 유기의 증가 등이다. 동물보호법이 새롭게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는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식용으로 키우는 가축에 관한 규정도 있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가 그 것이다. A4용지 한 장도 안되는 좁은 면적에서 사육되는 닭, 알을 더 낳도록 24시간 불을 켜두는 사육장, 움직이지 못하도록 폐쇄형 케이지에 갇혀 있는 돼지 등으로 인해 가축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항생제가 남용되는 현실을 개선해보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 농장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닭과 돼지, 소 등을 모두 합쳐도 인증받은 곳이 전국적으로 100개 남짓이다. 동물들이 ‘배고프지 않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등의 사육환경’을 갖추려면 적잖은 돈이 들지만, 혜택은 별로 없는 까닭이다.

익산 망성면에서 산란계 복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희춘씨가 전주지방법원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신의 농장과 2.1km 떨어진 곳에서 AI가 발생해 키우고 있는 닭에 대한 살처분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법 집행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고, 임씨는 무조건적인 살처분만이 정답은 아니며 복지농장의 가축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하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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