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죽음으로 내몬 현장실습제도 ① 하도급 직접 관리하며 책임 떠넘긴 LG유플러스] 인사권 흔들면서 사고 나면 발뺌직원 업무실적 유플러스에 통보하게 해놓고 근로자 모든 행위는 하청업체 LB휴넷 책임
남승현 기자  |  reality@jjan.kr / 등록일 : 2017.03.28  / 최종수정 : 2017.03.28  00:03:41

지난 1월 23일 오후 1시 전주시 덕진구 아중저수지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여고생 홍모 양(19)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가 없어 단순 자살사건으로 종결되던 찰나 홍 양의 유가족은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던 내 딸의 죽음은 업무 스트레스가 화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단서도 나왔다. 그러나 회사는 홍 양의 과거까지 들추며 자살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했다.

진실은 이미 차가운 저수지 속으로 가라앉았지만, 그녀의 죽음을 통해 ‘갑을관계·감정노동·특성화고 현장실습…’이라는 오랜 적폐가 세상에 떠올랐다. 어른들의 말처럼 참고 버텨도, 불합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를 마주하게 되는 절망적인 현장실습제도의 구조를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딸이 대기업(LG유플러스)에 취업해 처음에는 좋았지…”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근무하던 중 자살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모 양(19)의 아버지 홍순성 씨(58)는 “딸이 대학 가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취업해서 돈을 벌고 싶어 했다”며 “학교가 소개해 준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애착을 가지려 처음에는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사장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가정을 책임진 아버지 홍 씨. 비록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회적 낙인에도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10월 첫 월급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87만 원을 받은 홍 양은 부모에게 용돈을 건넬 만큼 효녀였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할수록, 상담 전화를 받을수록 홍 양의 기대는 무너졌다. 월급은 표준협약서보다 적었고, 근무시간은 길었다. 오후 6시를 넘은 시간 부모에게 ‘콜 수 못 채웠어’ ‘귀책이라 녹취 듣고 있어’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러나 회사는 “현장실습생들에 대한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압박을 준 사람은 없는데 당한 사람은 있었던 셈이다.

27일 윤종오 국회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고객상담업무 위탁계약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하청업체인 LB휴넷에 ‘해지방어’ 등의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업무수행능력과 기존 실적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있고, LB휴넷은 업무실적이 떨어진 인원을 교체하고, 실적을 주기적(일별·주별·월별)으로 유플러스에 통보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모든 행위에 대한 일체의 책임은 LB휴넷이 짊어졌다.

이는 LG유플러스가 LB휴넷의 인사와 경영에 개입하면서도,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없는 일종의 불공정한 위탁계약인 셈이다.

LB휴넷은 “현장실습생들에 대한 실적 압박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라면 LG유플러스와 맺은 위탁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윤종오 의원은 “LG유플러스는 업무위탁계약서에 실적 떨어지는 상담원에 대한 교체요구, 인사관여, 임금체계 가이드라인 제시, 일별 업무보고까지 받고 있었던 만큼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현장실습생을 노동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해지방어 부서에 배치하고 실적경쟁에 내몬 LB휴넷의 사과와 책임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국회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현장실습생은 해지방어 부서와 같은 어려운 부서에 배치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산재신청 요구가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 서울센터에 29억 원을 투자해 인프라 개선을 진행하고, 향후 전체 고객센터로 확산해 모든 고객센터 직원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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