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5-26 21:08 (일)
지역화폐
지역화폐
  • 김원용
  • 승인 2017.03.29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정국을 맞아 지역화폐가 복지와 지역경제활성화의 담론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걸었고, 바른정당 후보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차세대 인터넷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지역화폐를 도입하겠다고 가세했다. ‘강원도상품권’을 발행하며 광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화폐 활성화에 공을 들여온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역화폐법률안 제정을 대선 공약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와 자치단체장들이 이렇게 지역화폐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흔히 지역경제 구조를 ‘구멍 난 항아리’에 비유한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의 자본이 수도권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지역 안에 존재하는 자원들이 순환되도록 하는 방법을 지역화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역화폐는 또 법정화폐가 갖는 이기적 속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각자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나눌 수 있는 관계망 속에서 공동체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지역화폐의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 역사적으로 지역화폐가 등장한 것은 세계대공항때 국가화폐가 유통되지 못한 상황이며,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국가통화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이후 1980년대 경제가 어려워진 후 과거 유형들이 발전된 형태로 나타났다. 현대적 의미의 지역화폐의 효시는 83년 캐나다에서 마이클 린턴이 창안한 레츠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이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대략 5000여개의 지역화폐가 유통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IMF시절이었던 1998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민간단체에서 처음 지역화폐를 도입한 후 2000년도 31개의 지역화폐가 존재했다. 그러나 별 호응을 받지 못한 채 대부분 사라졌다. 1999년 출발한 대전의 한밭레츠만이 ‘두루’라는 화폐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한밭레츠는 회원간 신뢰를 쌓는데 많은 공을 들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의료생협분야로 영역을 넓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전주에서도 2년 전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와 기업들이 ‘온’이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했으나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돈으로 모든 게 좌우되는 사회에서 돈 이상의 의미를 담으려는 지역화폐운동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