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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내몬 현장실습제도 ② 회사 1년도 못 다니는 감정노동자] 실적 강요·근로자 경시 못견뎌 퇴사LB휴넷 평균 근속 313일…"외주화가 문제" / 상담직원, 고객 폭언·업무 부담에 회사 떠나
남승현 기자  |  reality@jjan.kr / 등록일 : 2017.03.28  / 최종수정 : 2017.03.29  14:00:40

지난 1월 전주 아중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특성화고 현장실습 여고생 홍모 양이 소속된 회사. 지난 2014년 자살한 30대 근로자의 유서 내용을 부인한 기업. 2009년부터 2주마다 사람을 뽑고, 직원의 평균 근속은 313일(10개월)인 기업.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회사인 LB휴넷이 어쩌다 악덕 기업의 표본처럼 되는 상황까지 온 것일까.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근무하다 등을 돌린 상담원들은 “극한 감정노동의 외주화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회사의 압박 경영과 근로자를 가족처럼 여기지 않고 경시하는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28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대우빌딩 15층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복도에는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있었다. 이 중 숨진 홍양과 센터장을 비롯해 16명이 함께 찍은 사진에는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212기 화이팅’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지난 2009년 설립한 LB휴넷은 지난해 9월까지 총 212기의 직원을 뽑았다. 이는 2주에 한 번 꼴로 직원을 채용한 셈이다.

윤종오 국회의원실이 밝힌 ‘2011~2017년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입·퇴사자 현황’에 따르면 7년간 입사자는 4005명, 퇴사자는 3248명이다. 지난해에는 594명이 입사했지만, 631명이 퇴사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졌다. 급기야 새로 일할 사람을 소개하면 25만 원을 지급한다는 광고물이 내걸리기도 했다.

상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고객들의 폭언을 참으며 해지를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 실적에 대한 압박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홍 양 사건이 불거지기 전 LB휴넷 측은 팀별로 ‘해지등록률’을 집계한 뒤 순위를 매겨 사무실 입구에 게시해 놓았다. 또 직원들의 책상에 판매할 목표치가 적혀있었다.

비단 전주센터 내에서만의 경쟁은 아니었다. LG유플러스는 LB휴넷외 또다른 업체에도 위탁업무를 맡기고, 전주와 서울, 부산 등 5개 지역센터를 운영하면서 팀별·센터별 경쟁을 부추겼다.

심한 업무 실적에 노출되고, 전화 상담에서도 인격적 모멸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 탓에 상담 직원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최근 전주시의회는 ‘전주시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를 도내 처음으로 제정했고, 국회에서는 묵혀둔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장치들이 단순 제도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과 함께 차제에 감정노동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함께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주의 한 온라인게임 관련 회사는 상담원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복지시책을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주시 덕진구에 본사를 둔 인터넷 게임기업 (주)아이엠아아이 오효진 고객센터 팀장은 “게임 및 아이템 거래와 관련해 전국에서 걸려온 민원 전화는 모두 본사로 모인다”며 “우리 회사는 통신업체의 해지방어 부서에 버금가는 클레임 부서가 있는데, 업무 강도가 높아 6~7년 경력자에게만 맡긴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는 인터넷 게임기업이라는 특성상 민원인들의 성향도 강성에 속해 그만큼 업무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0여 명의 상담 직원의 평균 근속은 8년으로 오히려 높은 근무 만족도와 낮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매달 직원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 직장 분위기를 환기한다는 (주)아이엠아아이 박준욱 고객센터 센터장은 “충분한 복지를 제공하고, 전문가를 불러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등 직원들을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며 “지역 내 비슷한 업종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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