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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 추가할게요
10분만 추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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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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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그 순간만은 꿈결처럼 감미로웠다아아∼’ 나훈아가 부른 ‘찻집의 고독’의 일부다. 더 말해 무엇 할까. 꼭 온다는 기약이나 믿음만 있다면 그 시간만큼 달콤한 게 또 어디 있으랴.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경우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끝내 종무소식이면 ‘싸늘하게 식은 찻잔에 슬픔처럼 어리는 고독’만 하릴없이 씹어야 한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찻집이나 다방에는 사랑하는 이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청춘남녀가 흔했다. 다들 손목시계와 출입구를 번갈아 쳐다보기 바빴다. 신문을 읽거나 탁자 위에 성냥개비로 탑을 쌓으면서 애꿎은 시간을 죽이기도 했다. 어쩌다 카운터에서 전화벨 소리라도 울리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그쪽으로 애절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는 추억 속 풍경이다. 그 누구든 소재 파악이 가능하다. 그가 도착할 시간 역시 얼마든지 가늠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그때까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된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간은 잘도 흘러가 준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찻집의 고독’이 흘러나오던 반세기 전 어느 날 ‘꿈결처럼 감미롭게’ 설레던 시간을 그리워질 때가 있긴 하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단체모임은 더욱 그렇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적어도 며칠 전에는 약속을 잡게 마련이다. 그런데 정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인 이들이 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으면 도대체 오긴 하는 건지 답답할 수밖에….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온갖 방정맞은 상상까지 하게 된다.

‘10분만 추가할게요. 차가 많이 막혀서요.’ 그 뜻이 한눈에 들어오는 문자메시지다. 음식점을 떠올리게 하는 ‘추가’를 쓴 건 ‘10분쯤 늦겠어요.’에 비해 좀 정겹다. 당연히 스스럼없는 사이에 한해서다. 차가 막혀서 약속장소에 늦게 도착할 수는 있다. 신호 대기하는 짧은 시간에 이런 문자를 보내서 상대를 배려하는 게 성숙한 태도 아닐까 싶은 것이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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