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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탕질
김재호 기자  |  jhkim@jjan.kr / 등록일 : 2017.04.18  / 최종수정 : 2017.04.18  23:40:32
   
’분탕질’은 야단법석 소동을 일으키는 짓, 집안 재물을 탕진하는 짓, 남의 것을 빼앗거나 약탈하는 짓 등을 일컫는 말이다. 어느 집·집단·나라에서 분탕질하는 사람은 정의와 이익에 반하는 짓을 서슴치 않는 자이니 항상 경계와 혐오의 대상이다.

분탕질이 심한 자는 교도소에 격리된다. 하지만 교묘한 분탕질꾼은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런 작자가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있는 집단은 균열이 가고, 결국 쇠락해 망하고 만다. 분탕질을 하다가 주변의 미움을 사 소외되고, 그래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 오기가 발동해 더 심한 악행을 저지른다. 주변에 자신의 허물을 사과하기는커녕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배 째라’ 식으로 대응한다. 오히려 의기양양하고, 태연하게 행동한다. 이런 황당한 인물이 활개치면 조직에 균열이 생긴다. 구심력은 약해지고 원심력이 강해진다.

박정희가 한국경제 발전에 공이 있다는 세력이 많다. 실제로 박정희 집권시대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이 있었으니, 당시의 집권자가 그 부분에 대한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자금 조달을 위해 일본과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성급하게 맺는 바람에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치유할 길이 사라졌다면, 그래도 공을 인정할 것인가. 그에 대한 시대의 답은 나와 있다. 측근은 물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을 고문 박해하는 등 온갖 분탕질을 하며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그를 최측근 김재규가 권총으로 심판했다. 개인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분탕질을 하다 결국 믿은 도끼에 발등 찍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17일 박근혜와 우병우를 기소, 재판에 넘겼다.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이 42명(구속 21명), 박근혜의 뇌물액수가 592억 원에 달하니 현직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이어 또 하나의 신기록이 됐다.

역대로 보면 정권 핵심부에서 분탕질 안 친 적이 없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본인 또는 측근의 분탕질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웠다. 그들 탓만 할 것도 아니다. 박근혜는 사탕발림 공약에 힘입어 무려 51.6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5·9 대선’에서 유권자가 감언이설 공약에 현혹되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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