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김원용 칼럼
전북 유권자는 재미지다지역 정치권의 꿈틀거림 / 대선정국 또다른 볼거리 / 국민주권 소중함 맛보자
김원용 기자  |  kimwy@jjan.kr / 등록일 : 2017.04.18  / 최종수정 : 2017.04.19  08:08:05
   
▲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은 헌법 1조였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박 전 대통령이 몸소 보여줬다. 대통령 탄핵은 국가권력 앞에 한없이 나약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권력의 근원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국민주권의 의미를 아는 데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흔히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나를, 우리를 대신할 정치인을 뽑아 국정을 맡기는 게 선거다. 정치를 잘못할 경우 갈아치우는 것으로 응징한다. 탄핵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선거를 통해 국민주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라는 소중한 주권행사를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국민주권이 아닌, 그간 선거는 정치인 주권찾기로 흐르지 않았나 싶다. 전북의 경우 그런 경향이 심했다. 역대 선거에서 도대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역 전체가 한 덩어리로 특정 정당에 쏠려 공천만 받으면 개표 시간만 기다리는 행태가 반복됐다. 개개인이 행사할 주권이 그렇게 도매금이나 헐값도 아닌, 무가로 처분됐던 게 역대 전북의 선거였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은 그런 점에서 격세지감이 있다.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엎치락뒤치락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전북의 표심이 이렇게 양립한 것은 87년도 직선제 도입 후 처음이다. 역대 대선에서 전북은 정권교체 혹은 전략적 선택 등의 명분 아래 특정인에게 80~90%씩 몰표를 던졌다.

자신의 표밭으로 여긴 후보나 후보 소속 정당은 피가 마르겠으나 전북 유권자들은 모처럼 선택지를 놓고 고민이 필요한 행복한 선거다. 이런 선거구도를 만든 바탕에 전북이 있었다. 전북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7석, 더민주당 2석, 새누리당 1석을 포진시켰다. 전북의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으로의 쏠림이 가져온 폐해를 오랜 경험에서 알았다.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대선 양상에 따라 전북의 최종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는 예단할 수 없다. 실제 지역의 많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두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사실 전북의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을 ‘꽃놀이패’로 여긴다.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정권교체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문·안 후보 중 누가 승리하든, 전북인 대다수가 바라는 정권교체는 달성되는 셈이다. 두 후보의 자질과 능력도 어느 정도 검증됐다. 소속 정당의 규모와 지향점, 집권 후 정책 등에서 차이가 날 것이지만 유권자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북발전에 누가 더 도움이 될 지가 기준이 될 수 있울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전북은 아주 먼 변방으로 밀렸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선 전북 출신이 변변한 장관 자리 하나 꿰차지 못했다. 정권의 핵심에 전북 인맥이 없는 탓에 각종 현안 해결에도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두 후보의 선거캠프에 전북 정치인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 그런 염려는 덜 해도 될 것 같다. 그 정도의 차이를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사실 이번 대선은 그 결과에 따라 전북 정치인들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돼 있다. 후보 못지않게 지역 정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지난해 총선을 계기로 양분된 전북지역 정치지형도가 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칠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승리에 따라 정당 통폐합이 진행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있어 단체장과 지방의원 출마자들의 입지도 달라질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꿈틀거림도 대선 정국의 또다른 볼거리인 셈이다.

전북 유권자가 이렇게 선택권을 행사하는 기회가 언제 다시 올 지 모를 일이다. 그저 점만 찍을 정도로 전북이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역대 선거와 확연히 다른 상황이 귀하기만 하다. 전북에서도 국민주권의 소중함을 맛볼 수 있는 선거여서 참 재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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