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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바람
김원용 기자  |  kimwy@jjan.kr / 등록일 : 2017.04.19  / 최종수정 : 2017.04.19  22:29:17
   
크건작건 어떤 조직에서든 중요 사항들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회의를 한다. 회의 횟수나 참석 대상, 회의 방식 등은 조직마다 다르다. 다만 조직의 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의 회의는 경직되기 십상이다. 이 경우 말만 의견 수렴일 뿐 곧잘 질타성 회의로 끝난다. 조직을 빨리 알려면 그곳의 회의에 몇 번 참석해 보라는 말도 있다. 회의 방법과 수준에서 그 조직문화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회의를 할수록 회의(懷疑)가 든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없다. 잇단 회의에 치여 회의가 부담스럽고, 생산적 결과를 도출시키기 위한 회의인지 회의하게 만든 경우가 많은 게 잘못된 우리 회의문화의 현실이다. 이런 반성 아래 근래 다양한 회의 형태가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탠딩 회의다.

서서 회의를 하는 스탠딩 회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채택한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서서 일하기 열풍이 불었다. 국내에서도 스탠딩 회의를 갖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나아가 기업벤치마킹을 통해 스탠딩 회의로 진행하는 자치단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금천구는 지난해 회의실 책상을 높이고 의자를 없애 국장 이상 간부들이 회의 때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꾸몄다. 이에 앞서 경북도 인재개발정책실도 비슷한 방식으로 스탠드 회의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회의 방식은 아니지만, 도내에서는 완주군과 정읍시 정우면이 민원처리 부서에서 ‘스탠딩 오피스’를 도입했다. 창구직원들이 민원인이 눈높이에 맞춰 서서 근무함으로써 민원인과 거리를 좁혔다.

대선에도 스탠딩 바람이 불고 있다. 대선후보 토론으로서 올 처음 ‘스탠딩 토론’ 방식이 도입돼 어젯밤 처음으로 진행됐다. 준비된 대본이나 자료 없이 즉석에서 후보자들이 서서 벌이는 난상 토론 방식으로, 후보들간 신경전을 거쳐 어렵게 성사된 것이다. 토론회 결과에 대해서는 후보 진영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겠지만, 유권자들로선 모범답안이 아닌 후보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스탠딩 토론이 후보 지지에 어떤 영향과 변화를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후보의 진짜 능력과 심성을 알고자 하는 국민적 욕구에 부응한 시도였다는 점만으로 대선 역사에 남을 유산이다. 스탠딩 토론이 사회 전반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소통을 원활히 할 자극제가 된다면 망외소득일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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