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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가족의 바람
대나무 가족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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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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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특산지로 널리 알려진 전라남도 담양에 가면 ‘죽녹원’이라는 대나무공원이 있다. 그곳에서 ‘죽순의 바람’이라는 제목을 얹은 깜찍한 팻말을 발견했다. ‘저는 대나무로 자라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바라만 봐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죽순은 ‘아기 대나무’다.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돋아나는 새싹이 바로 죽순이다. 그 어린 죽순이 사람들 눈에는 식감 좋고 영양가도 풍부한 먹거리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마치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입맛을 다시는 이들처럼….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죽순은 탄수화물, 칼슘, 섬유질, 인, 철분이 풍부해서 당뇨병을 비롯한 각종 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죽순의 껍질로 우려낸 차는 또 만성 변비를 해소하고 노화 방지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까지 일품이어서 데치고 볶아서 만드는 각종 반찬의 재료로 널리 쓰여 온 게 죽순이다.

아기와 어린이는 국가의 미래라고 했던가. 그들을 인격과 실력을 골고루 갖춘 민주시민으로 키워내기 위해 교육도 시행한다. 대나무 새싹인 죽순의 미래는 대나무일 것이다. 어린이의 가치를 미래의 어른에서 찾듯, 죽순의 가치 또한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발휘될 것이다.

앞서 보았던 ‘죽순의 바람’은 관련 법규 따위를 들이대면서 ‘죽순을 함부로 캐가는 자에게는 관련 법규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따위의 경고 문구보다 호소력이 커 보인다. 그걸 간곡하게 부탁하는 ‘대나무 가족’은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만일까. 댓바람 소리 우거진 숲에 오순도순 함께 모여살고 있는 노인 대나무, 어른 대나무, 아기 대나무들일지도 모르겠다.

‘바람[希望]’을 ‘바람[風]’하고 혼동할까 봐 ‘바램’이라고 흔히들 잘못 쓰는데, ‘바람’이라고 정확하게 표기한 것도 돋보였다. 귀여운 ‘바람’이었다. 이렇게 깜찍하게 적힌 팻말을 읽는다면 그 누구라서 어린 죽순을 함부로 밟고 가거나 반찬거리로 쓰겠다고 마구 캐갈 수 있을 것인가.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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