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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핀 보세란
설날에 핀 보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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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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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창록

정유년 새해 설날 아침이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은은한 난의 향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설날 이렇게 때맞춰 난이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를 뿜게 된 것은 30년 동안 난을 키워오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것은 아내가 그동안 난을 키우느라 애쓴 노력의 결과다. 전문가도 아닌 아내는 겨우 난을 살릴 정도의 실력으로 난을 키운다.

우리 집에는 십여 분 정도의 난을 베란다에서 키운다. 그날도 대여섯 개의 화분과 난들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의 난분에서 꽃대 두 개가 쑥 올라온 것이었다. 이게 웬일인가? 영하 8~9도의 추위에 얼어 죽을세라 얼른 거실로 옮겨놓았다. 설날 아침에 보니 길게 뻗은 꽃대에서 꽃잎 대여섯 개가 잎을 벙싯거리고 있었다. 그 조그만 잎 새 사이로 내뿜는 난의 향기가 어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그동안 난을 키우면서 동양난의 일종인 보세란(報歲蘭)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잘 알아야 할 것 같아 사진과 비교하면서 살펴보니 ‘대만보세란(臺灣報歲蘭)’이었다. 중국 및 대만 등에서 자생한다. 동양란 가운데 잎이 매우 아름다운 종류이다. 음력 정월 무렵에 개화한다. 설날 피는 꽃으로 ‘새해를 알린다’는 뜻인 보세란(報歲蘭)이라고 부른다.

난의 역사가 제일 먼저 거론된 때는 공자의 논어 ‘의란조(?蘭操)’에서 나온다. 공자가 입신(立身)하기 전, 왕도(王道)의 실현이라는 뜻을 품고 천하를 전전했지만, 공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왕후(王候)는 없었다. 이에 실망한 공자가 낙향하는 길에 깊은 산속에서 난(蘭)을 발견했다.

그 난의 향기가 그윽하고 자태가 고고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의란조(?蘭操)를 보면 “난의 고고한 자태를 빌어, 자신도 군자의 길을 걷겠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이렇듯 난의 문화는 공자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문화라 할 수 있다.

새해 설날에 보세란이 우리 집에서 꽃망울을 열었다. 기쁜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올해에는 사회와 우리 가정에도 상서(祥瑞)로운 일이 많기를 기대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탄핵 판결에 모두가 승복하여 국기(國基)를 바로잡고, 경제도 살아났으면 한다. 또 통일이 되어 북한 주민들도 우리와 함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는 벌써 상서로운 일이 일어났다. 힘들게 공부한 외손녀가 대학입시에서 자기가 희망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설날 아침에 핀 보세란이 먼저 우리 집에 행복을 가져다 준 ‘행운의 난’이 되었다.

△오창록 수필가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에서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행촌수필문학회, 전북문인협회, 신아문예작가회,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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