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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찾은 청문회 스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한국, 진짜 지방자치 해본 적 없어…권력 분권화 중요"
김윤정 기자  |  kking152@jjan.kr / 등록일 : 2017.05.14  / 최종수정 : 2017.05.14  21:44:07
   
▲ 북콘서트차 전주를 찾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지역경제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58)은 복지제도가 강화돼야 진정한 시장경제체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개혁론자다. 그는 중앙이 예산을 틀어쥐고 내려 보내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분권은 공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알아야 바꾼다’ 북콘서트를 위해 최근 전주를 찾은 그를 만나 지역경제에 관한 그의 철학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에 이어 ‘경제 알아야 바꾼다’ 북콘서트 장소로 전주를 선정하셨는데 전북과의 인연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줄곧 서울에서 나고 자라 미국에서 청년기를 보냈지만, 전주와 인연이 깊은 편이죠. 부안출신인 아버지는 전주고등학교를 정읍출신인 어머니는 전주여고를 졸업하셨습니다. 집안뿌리가 전북에 있는지라 현재도 많은 일가친척들이 전주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화 시대 심하게 소외됐던 전북은 ‘경제 알아야 바꾼다’의 주제와도 밀접한 곳입니다. 중앙에 비정상으로 치우친 한국경제구조를 전북도민들이 알아야 불합리한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줬던 시민의식에서 저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재벌총수들을 앞에 두고 “재벌은 조폭과 같다”는 사이다 발언으로 청문회 스타가 되셨습니다. 청문회 이후 자신의 삶에 바뀐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알아보는 사람들이 조금 더 늘어난 것 빼면 없다고 봅니다. 저는 기업에 있을 때부터 왜 사람들이 재벌을 특별한 존재로 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금 재벌들은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이지 그들에게 딱히 내세울 만한 업적이 있던가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사유화 시키는 행태가 꼭 조폭과 비슷하다고 봤고, 평소 생각했던 것을 그 자리서 말했을 뿐입니다.”

-이번 책을 보면 우리나라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문제는 조직 간의 원청-하청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습니다. 지방분권도 이와 비슷합니다. 청와대와 중앙정부부처는 원청, 지자체는 하청취급을 받고 있죠. 실제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곳이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자치권은 많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요. 민주사회는 선거만해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항상 지방분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방분권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불명확해서 문제입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 걷은 세금을 지방정부가 먼저 가지고 남은 돈을 중앙정부에 넘깁니다. 그러나 한국은 반대죠. 중앙정부가 거의 징수해서 지방에 다시 뿌려줍니다. 정부정책에서 지역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전북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예산배분과정 개혁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겠군요.

“맞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진짜 지방자치를 해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지방분권을 추진하자고 하면 두려움부터 느낍니다. 이것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중앙집권화 체제 역사가 깊게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모은 재원에 대한 쓰임은 그 지역 사람들이 정해야 합니다. 저는 한국에 아직도 일본 군대식의 중앙집권화된 조직운영이 우리사회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봅니다. 권력의 분권화가 이뤄지지 않고선 성장동력도 작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국민의 의사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점이 많이 부족합니다.”

-투자업계의 대표로 있던 시절 단행한 구조조정에 대해 논란이 많았습니다. 진보적 철학과도 배치된다고 공격당하기도 하셨고요.

“제가 사장으로 있을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적자가 심각한 상태여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반발이 큽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노동시장은 경제 독과점구조와 맞물린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로 더욱 경직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직성을 이야기해도 당장은 엄청난 반발에 시달립니다. 이는 사회신뢰구조는 물론 복지문제와도 결부돼 있다고 봅니다.”

-500조가 넘는 국민연금의 사용방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셨는데.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현재 노인빈곤문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연금을 내지 않은 노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했어야 합니다. 국민연금의 설립목적에도 그게 맞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560조의 기금을 쌓아뒀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이게 사실 국가가 재벌을 이용하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국정농단사태에서 드러났습니다. 500조가 넘는 돈을 쌓아두고도 노인빈곤을 방치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연금고갈에 대한 공포와 노인세대에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도 있습니다.

“7080세대는 한국경제 성장의 주역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해왔어요. 특히 자식세대를 위해 우리나라 교육에 투자한 바도 큽니다. 이것은 보수진보 이념 문제가 아닌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빈곤에 빠진 고령층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경제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은 노년층의 빈곤을 막기 위해섭니다. 이들이 배우지 못해 정치적 시민의식이 낮은 것과 이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이런 점이 바로 제가 한국의 연대의식이 약하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펴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지요.

“없습니다. 원래 뚜렷한 계획없이 사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금융업계 비즈니스맨으로 산 것도 우연한 계기였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잘 아는 주변사람들은 백수되기 딱 좋은 성격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책을 낸 것도 어쩌다 진행하게 된 팟캐스트의 대화를 보완해서 엮은 것이죠. 자유롭게 움직이다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지 않을까요.”

● [주진형 전 사장은] 재벌경제 폐해 지적, 대표적 진보 지식인

주진형 전 사장의 부친은 부안출신의 경제학자 주종환 전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농업경제학자인 그는 1970~80년대부터 토지공개념을 공론화하고 재벌 중심 경제의 폐해를 지적한 대표적인 진보지식인으로 꼽힌다.

주 전 사장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듣고 자랐다고 한다. 주 전 사장의 취미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경제정책 만들기인데, 그는 그런 자신을 ‘경제정책 공상가’라고 소개했다.

주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세계은행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도중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과 우리투자증권 리테일 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한화증권 사장에 부임했다. 삼성그룹 출신 인사임에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합병에 반대 보고서를 낸 인물이기도 하다.

증권업계의 돈키호테, 구조조정 청부사 등의 별명이 있다. 특히 주 전 사장은 한화 김승연 회장 바로 뒤에 앉아“우리나라 재벌들은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같다”는 발언을 하면서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낸 책 ‘경제 알아야 바꾼다’가 조금이나마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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