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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광웅
김은정 기자  |  kimej@jjan.kr / 등록일 : 2017.05.18  / 최종수정 : 2017.05.18  21:24:48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광주의 그날’ 즈음이면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오송회’사건 주모자로 구속됐던 이광웅 시인이다. ‘오송회’ 사건은 1982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고교 교사 간첩단 사건’이다. ‘반국가 단체인 북한을 찬양 고무하고 용공사회주의 국가건설을 기도했다’던 이 사건은 2008년 재심에서 고문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무죄를 입증 받았다. 시인은 이미 작고한 후였다.

시인은 중고등학교시절부터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70년대 초반에 국어교사가 되어 좋은 교사, 좋은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고자 했지만 ‘오송회’사건으로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를 시인으로 세상에 알린 것은 투옥 중 출간된 첫 시집 ‘대밭’이다. 그의 누이들이 가지고 있던 시 원고를 엮어 펴낸 ‘대밭’은 분단의 비극, 입시위주의 교육현실 등 시대를 직시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았던 시인의 문학과 삶을 독자들에게 안겼다. 이어진 시집이 ‘목숨을 걸고’다. 사면조치로 석방 된 2년 후 펴낸 ‘목숨을 걸고’는 더 치열해진 시대정신의 불꽃이었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하라는 호소로 무디어져가는 민주화 정신을 다시 깨워낸 그의 시편들을 두고 문익환 목사는 ‘극도로 절제된 언어, 극도로 절제된 서정의 세계’라 평했었다. 고문 후유증에 위암까지 얻은 그가 1992년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세 번째 시집 ‘수선화’가 출간됐다.

‘내 생애에서의 영원이란/ 그 해 봄/ 내게 머나먼 압록의 강물같이나 바라뵈던 복직이/명절같이나 찾아와/떠나야했던 교직에 또 몸담아 살면서/귀여운 소년 소녀들에게 평화로이 우리 국어를 가르치던/그 학교/그 교정/그 화단 가운데/수선화 피인/갠 날이다. -수선화-’

그러나 ‘생애에서의 영원’이라할 만큼 찬란했던 순간은 전교조 해직교사가 되는 바람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다.

‘터무니없이 맑으면서도 역사의 토양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시로 현실과 시대정신을 일깨웠던 순정했던 시인이 생각나는 오월. 37주년을 맞은 올해 5월 18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는 9년 동안 억압(?)받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생명을 얻었다. 5월 광주의 실상에 괴로워하고 분노했었던 시인의 맑은 웃음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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