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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서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5.18  / 최종수정 : 2017.05.18  21:24:46
   
▲ 한현수
 

서진(書鎭)을 볼 때마다 바닷가 풍경이 떠오른다. 오늘도 문인화를 그리기 위해 화선지를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이어서 화선지 네 귀에 지난해 바닷가에서 주워온 몽돌 네 개를 올려 고정시켰다. 이 몽돌은 가족 행사로 안면도에 있는 ‘샛별 글램핑장’ 야영 때 주워온 뒤 내가 보물처럼 아끼는 돌이다. 지금도 몽돌 서진을 보면 그때의 생각이 난다. 여명의 하늘이 밝아오는 아침잠에 깨어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에 나아가 나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바다는 간조 시간이 되었던지 바닷물은 저만치 밀려가고 허연 백사장은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옇게 밝아오는 망망대해 하늘가에는 갈매기가 끼룩끼루룩 목청을 높이며 날고 있었다. 썰물이 되어 끝없이 하얗게 드러난 모래사장도 아름답지만 수억 년을 파도에 씻겨 닳아 몽돌이 된 조약돌이 밀려와 쌓여 바다 방패막이를 해주고 있다는 데 있어 새삼 마음이 무거워졌다. 끝없이 쌓인 몽돌이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지 위아래 옷의 호주머니가 가득하게 주워 담았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아 두 손에도 움켜쥐고 숙소로 돌아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몽돌은 모양도 예쁘지만, 색깔이 가지각색이다. 모양과 색깔이 예뻐 그때 주워온 몽돌을 지금 나는 책상 머리맡에 올려놓고 서진으로 이용하고 있다. 나는 몽돌을 사용할 때마다 바닷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몽돌에 미안한 생각이다. 수많은 세월 망망대해 바닷가 백사장에서 마음껏 뒹굴고 놀며 바닷물이 씻겨주는 전신욕도 못하고 외롭고 건조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또한 몽돌을 볼 때 사자성어 수어지교(水魚之交)를 생각하면서도 빗대어 불러주었던 파석지교(波石之交)의 이름이 생각나서이다. 물과 물고기의 만남 같이 친밀한 관계를 수석지교라 부른다면, 모난 돌이 파도를 만나 예쁜 몽돌이 되었겠구나 싶어 ‘파석지교’라 이름 지어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물을 가리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부른다. 바다는 개울물이 모여 바닷물이 되기까지 걸림돌을 만나면 돌아서 가고, 웅덩이를 채우며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넓은 바다를 이룬다. 이와 같이 물에는 역행하지 않는 자연의 법칙이 있다. 따라서 물을 가리켜 ‘상선약수’라,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라고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하고 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가장 낮은 곳에 머무른다. 이와 같이 물은 항상 낮은 곳에서 다투지 않고 겸손의 미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선약수’라 하였지 않았나 싶다.

인생은 채움과 비움, 비움과 채움의 반복이라고 한다. 또한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도 물처럼 마음을 비우고 채우며, 무리하지 말고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라고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그런 큰 뜻을 지닌 바닷물에서 파도와 친교를 맺으며 지내온 몽돌을 내 욕심 때문에 머리맡에 두고 서진으로 사용하려니 가끔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 몽돌아’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바닷물이 철썩철썩 달려와 찌든 때를 씻어주고 가듯 가끔 깨끗하게 닦아주고 쓰다듬어 주어야 되겠다고 다짐을 한다. 이어서 너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문인화와 풍경화를 그려 보겠노라 다짐을 해본다.

△한현수 씨는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내 고향 토담집〉, 〈방안퉁수가 부르는 노래〉가 있으며 현재 덕진문학,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전주덕진노인복지관 방송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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