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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손맛
시어머니 손맛
  • 기고
  • 승인 2017.06.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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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끼니를 모두 챙겨 먹는 집이 별로 많지 않다. 아침은 과일이나 빵조각으로 대충 때운다. 점심은 식당에서 해결한다. 집에서 차려 먹는 반찬도 조금씩 사다 먹는다. 아파트 상가마다 반찬가게 하나쯤은 다 있다. 마트나 백화점에도 없는 반찬이 없다. 맛도 좋다. 번창일로다.

동네 반찬가게 이름 중에는 ‘장모’나 ‘처가’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들이 많다. ‘장모님 손맛’, ‘장모님 반찬가게’, ‘친정엄마 손맛’, ‘처갓집 반찬’, ‘친정어머니의 정성’ 같은 것들이다. ‘시어머니’나 ‘시댁’을 갖다 쓴 이름은 찾을 수 없다. 대형 식품 제조업체 상표가 붙은 반찬 포장지에서도 ‘시어머니 손맛’이니 ‘시집 전통의 맛’이니 하는 말을 쓰지 않는다. 식당 이름도 마찬가지다. ‘장모님 곰탕’, ‘장모님 김치찌개’, ‘장모님 밥상’, ‘처갓집 된장맛’ 같이 써 붙인 걸 자주 발견하게 된다. ‘처갓집 양념치킨’이나 ‘장모님 치킨’이라는 프렌차이즈 상표까지 있다. 그 옛날 어느 장모가 씨암탉을 잡아서 기름에 튀겨준 적 있었는지 모르겠다. 음식점 상호가 거두절미하고 ‘처갓집’인 곳도 여럿이다.

어느 반찬가게 간판 한쪽에 ‘친정엄마의 정성으로 반찬을 만듭니다’라고 적힌 문구를 보았다. 반찬을 주로 사 가는 딸들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서 그렇게 적었을 것이다. 딸 내외에 대한 친정엄마나 장모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고 반찬이니 믿고 잡수시라는 얘기일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결혼한 딸과 아들이 있는 어머니는 장모이면서 동시에 시어머니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시어머니’나 ‘시댁’이라는 이름은 맛있는 음식과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 사위한테 음식을 해먹일 때는 온갖 정성을 다하니까 없던 음식 솜씨까지 저절로 생기고, 며느리한테는 대충 해서 먹이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시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아파트 관리실에 맡긴 반찬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는 풍속을 개탄한 어느 신문기사가 갑자기 떠오르는 건 또 무슨 까닭일까. ‘장모님 설렁탕’이라고 적힌 어느 음식점 간판을 바라보다가 조목조목 떠오른 생각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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