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7-22 16:57 (월)
문학이라는 집
문학이라는 집
  • 기고
  • 승인 2017.06.13 23: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 제약하는 굴레 없이 개성 넘치는 언어 집 짓는 '문화의 시대' 되었으면
▲ 이재규 작가

황석영 작가만큼 우리 현대사의 중요 사건을 현장에서 맞닥뜨린 사람이 있을까. 개인사도 겨울 파도처럼 너울 쳐서 그의 자전은 역사와 개인이 부딪히며 내는 파열의 고통과 신산으로 가득하고 또 한편으로 광장과 깃발의 환희로 크게 나부낀다. 해방 전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어린 날 잠시 살다가 월남한 그는 한국전쟁, 4·19, 5·16, 유신과 베트남전쟁, 10·26, 5·18,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사 격변의 현장 모든 곳을 살아낸, 드문 작가다. 80년대 말에는 홀연 방북하여 우리 언어의 반쪽인 북쪽의 현실을 작가의 눈으로 목격하고, 때로 개입하며, 남북 모두로부터 탈주하여 잠시 망명객이 되기도 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영국 런던의 테러, 미국 LA폭동 등 그가 가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세계사적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보고 들었다. 귀국하여 또 몇 년 징역을 살면서 그의 편력에서 유일하게 왜소했던 감옥 체험까지 완결했으니 한 생애에서 이처럼 많은 사건들의 세례를 받은, 축복받은 작가는 황석영이 전무후무할 것이다. 며칠 전 출간된 황석영의 자전 <수인 囚人>은 이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 개인의 역사를 담은 책으로 한국현대사 외전이라 부를만한 책이다.

그의 책과 인터뷰, 사회적 언급 들을 빠짐없이 읽으며 오랜 애독자로 살아온 내가 황석영 선생을 특별한 경모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은, 그가 높고 빛나서가 아니라 어쩌면 본성적인 것 같은 그의 ‘양아치’ 기질 때문이다. 세상일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작가라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황석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끊임없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현장을 찾아 움직였다. 그의 초기 문제작인 <객지> <삼포가는 길>은 산업화 초기의 노동현실, 도시화와 해체되는 농촌공동체 ‘를 담았고 <탑> <무기의 그늘>은 베트남 참전의 그늘을 다룬 문제작이다. 그가 정리한 광주항쟁의 진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시대와 호흡하는 작가정신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황구라’라는 별칭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더 자주 불리며 조야에 너무도 유명한 그의 입심은 종이장을 뒤적이며 머리 속에서 얻은 잡지식이 아니고 이처럼 윤리적 규범과 보편상식의 범속한 테두리를 자주 횡단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나는 반듯한 범생이 대가들보다 황석영의 이 좌충우돌을 몹시 사랑한다. 그의 문학은 좁은 울타리 안을 맴돌지 않고, 그의 언어는 문체로 세우는 관념의 나라에 자족하지 않는다. 이제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고 세계와 개인으로 직통하는 세계시민으로 글을 쓰는 그의 후기작들을 고대하고 있다. <여울물소리> <심청>에서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황석영만이 써낼 수 있는 문학의 영토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

“인생을 돌려 놓을 수 있다면 파가(破家)의 사주를 바꾸고 싶습니다.” 언어로 수많은 인생의 집을 짓는 작가이지만 자기 현실에서는 집을 부수고 나온 운명. 황작가의 출간 인터뷰에서 이 한 마디가 가장 아프고 공감된다. 안온한 집으로 석방되지 못하고 자청하여 세계의 감옥을 전전하는 그의 오랜 수인 생활이 있었기에 그의 문학은 언제나 팽팽한 긴장 위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세계와 홀로 대적하는 작가의 전범을 온몸으로 밀고 온 황석영 선생은 우리 문학과 시대의 황홀한 한 빛이다. 오랜 시간을 돌아 모든 사물과 관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황석영 작가를 비롯해 우리 문학의 많은 목소리들이 작가를 제약하는 어떤 굴레도 없이 개성 넘치는 언어의 집을 짓는 ‘문화의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반디누리 2017-06-20 02:31:08
황석영,
당신은 북한 살인마 김씨왕조에게 영혼을 팔아먹은 넝마장수 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