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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분이 이룬 기적…'이야기 꽃' 피우는 동네전주 중노송동 문화1길, 5년 전부터 집 앞에 꽃 길러 / 사진작가 나서 이웃들 매주 한번씩 화분 만들고 담소 / 지역예술가와 에코백·액자등 작품 제작 '꽃장터'도
남승현 기자  |  reality@jjan.kr / 등록일 : 2017.06.18  / 최종수정 : 2017.06.18  21:00:17
   
▲ 지난 17일 전주시 중노송동 문화 1길에서 마을주민들이 꽃과 인생이 어우러진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꽃장’이 열린 가운데 압화 액자 뒤로 주민들이 꽃과 관련된 제품들을 판매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시 중노송동 문화1길은 ‘꽃길’로 불린다. 지난 2012년 이 동네에 사는 이희순 씨(72)가 대문 앞에 꽃 화분을 내놓았다. 이를 본 주민들은 앞다퉈 집 앞에 꽃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 씨는 “집 앞에 우연히 화분을 놓았는데, 이웃들이 꽃을 보고 찾아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며 “꽃을 기르는 이웃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어느새 우리 동네가 ‘꽃길’이 됐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노정수 씨(87) 집 앞에도 철마다 꽃이 핀다. 자녀들이 노 씨를 보러오는 날이면 화분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준 이웃들에게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꽃향기가 가득해진 이 골목에 2년 전 장근범 사진작가가 둥지를 틀었다. 집집마다 대문 앞에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장 작가는 지난 4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어르신 17명과 함께 화분을 만들고, 꽃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꽃장’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6명의 지역 예술가가 동참한 ‘꽃장’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키운 화분과 폐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 꽃잎을 눌러 만든 압화 등을 만들고 전시·판매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김준우 작가는 “매주 월요일 주민들과 함께 ‘꽃’을 주제로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인생 그래프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젊은 작가들이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꽃을 매개로 작품활동을 하며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인후문화의집 김명규 씨(34)는 “구도심을 문화촌으로 만들기 위한 ‘꽃장’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옆 동네에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 모임에 참여하는 이도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 전주시 중노송동 문화1길에 첫 ‘꽃장’이 열렸다.

동네 입구에 ‘골목도 환하고, 얼굴도 환하고, 마음도 화~안하게’ 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나무로 만든 전시대에는 어르신들이 손으로 적은 인생 이야기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주민들은 가격표를 붙인 화분과 에코백, 꽃액자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44년간 이 동네에 산 김점례 씨(73)는 “직장에서 해고돼 이사온 이 동네가 오늘처럼 떠들썩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고, 2년 전 이사 온 쌍둥이 엄마 김소형 씨(46)는 “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골목을 지날 때마다 어르신들이 가족처럼 반갑게 인사해주는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이날 하루 ‘꽃다방’이라는 간판을 내건 집에서는 꽃차와 함께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5년 전 집 앞에 내놓은 작은 화분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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