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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세웁시다교육 넘어 놀이·휴식까지 다목적 문화공간 탈바꿈…자랑거리 박물관 건립을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6.19  / 최종수정 : 2017.06.20  10:08:36
   
▲ 함한희 전북대 교수
 

한 달포 전 기령당(耆寧堂)에서 400주년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나는 그곳을 찾았다. 전주 시내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완산 언덕바지에 위치한 기령당은 우리 고장이 어떤 곳인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곳이다. 기령당은 노인들이 모이는 곳을 말하는 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원로 노인을 모시는 풍속이 있었다. 국가에서는 기로소(耆老所)를 만들어 관직 은퇴한 원로들을 우대하곤 했다. 회갑을 넘긴 지역 원로들이 모이는 이 기령당은 예부터 어른 공경의 관습을 잘 담아낸 기구였다. 단순 교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지역 내 비공식 자문기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임으로도 알려져 왔다. 기령당의 고색창연한 건물, 그 주위를 덮고 있는 기품과 남아있는 기록들이 그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숨겨져 있지만 중요한 문화유산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기령당처럼 사회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아무도 모르게 하나 둘씩 우리 주변에서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 속에, 책 속에,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찾아내서 집적해 두는 일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두 명의 전문가나 정치가들의 제안이 아니라 도민, 시민들의 집단적 합치가 새로운 문화의 창을 열어 왔다는 점을 되새기고 싶다. 해방이 되자마자 봉안전을 부수고 힘차게 높이 세운 독립운동기념비, 시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종합경기장 등은 집단지성의 힘이 발현된 유산들이다. 21세기의 문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자산인 박물관 건립도 집단의 협치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자타가 인정하는 예향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박물관 통계를 보면, 다소 실망스럽기만 하다. 2016년에 나온 전라북도 통계에 의하면, 도내 국공사립 및 대학 박물관은 45곳으로 파악되었다. 전국적으로는 780 곳이 운영 중이니, 도내 박물관은 전국적 분포에서 약 5%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곳이 박물관이다. 재미를 떠나서 방문한 지역에 대해서 좀 더 알고자 할 때 필수 코스가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의 운영은 중요하다. 비단 관광객을 대상으로만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도민의 자긍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박물관이 지속적으로 세워져야 할 이유가 또 있다. OECD 주요국가와 비교하면, 1관 당 인구수가 독일은 2만 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2.3만 명이다. 일본은 3.7만 명이라고 하니 박물관 수로 보면 후진국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정평있는 박물관을 보면, 다양한 문화적·교육적 기능을 하고 있어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도시 자체보다 박물관으로 더 유명세를 얻는 곳도 적지 않다. 박물관은 나이, 학력, 인종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라도 개방된 곳이어서 민주적 교육을 실천하는 장이 된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발굴·연구해서 그것을 기초로 좋은 전시를 하는 것이 박물관이다. 최근에는 교육을 넘어서 놀이, 휴식 기능도 추가하면서 박물관이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의 연구를 거듭해서 훌륭한 콘텐츠를 가진 박물관이 세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후손들이 대대로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는 그런 문화공간의 탄생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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