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AI가 할퀴고 간 군산농가 후유증 심각주민들 살처분 수매에 눈물보이며 '망연자실' / 공무원들 방제복 착용 거점근무 무더위와 씨름 / 지역농가, AI 진원지 불명예로 하소연도 못해
문정곤 기자  |  diver326@jjan.kr / 등록일 : 2017.06.20  / 최종수정 : 2017.06.20  21:10:51
   
▲ 옥산초교 학생들이 텅 빈 닭 사육장을 바라보며 허탈해 하고 있다.
 

때아닌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군산지역 농민과 공무원들이 남모를 시름에 잠겨있다.

AI 방역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군산시와 지역 농가들은 AI진원지라는 불명예로 하소연도 못 한 채 숨죽이고 있는 분위기다.

공무원들은 연일 지속하는 상황근무와 무더위 속에서 방제복을 입고 거점근무에 나서면서 피로가 쌓이고 있지만, 공직자라는 이유로 속 앓이만 하고 있다.

더욱이 소규모 농가와 개인 가정의 닭 수매에 나선 공무원들은 일부 농가의 반발과 아픔을 지켜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살처분을 위해 수매에 나선 공직자들은 개인 농가는 취사 또는 애완용으로 정성 들여 키운 닭이 대부분으로, 수매 후 살처분이 아까웠고 주민들에게 미안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임피면 직원들은 홀로 사는 70대 어르신이 “오골계 한 마리를 병아리 때부터 방안에서 자식처럼 키우며 대화를 나누고 살았는데 어떻게 도태시킬 수 있느냐”며 눈물을 보이자 함께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는 후문이다.

옥구읍의 한 농가 주인은 군산시청 직원들이 수매를 위해 농가를 찾자 “어차피 죽일 것 내 손으로 죽이겠다”며 본인이 직접 살처분에 나서면서 직원들을 당황케 했다.

어린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잇달았다.

옥산초등학교 학생들은 운동장 한곳에 닭장을 만들고 정성스레 키운 닭들을 살처분한다며 수매에 나서자 눈물 바람이 돼 공무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전지민 학생(4학년)은 “하얀 옷을 입은 어른들이 와서 닭을 가져갔다”며 “달걀이 부화해서 병아리 때부터 4년 동안 앵두와 배춧잎 등을 따다 직접 먹이를 줘왔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텅 빈 닭 사육장을 보며 허탈감 보였다.

매일 같이 닭에게 먹이를 주며 닭을 키워왔던 경암동 지역아동센터 아동들도 사육장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군산시는 지금까지 소규모 농가의 닭 2만5462마리를 포함해 총 67만 마리를 수매 살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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