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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문화재야행 추진단] '고창 밤 나들이'…지역경제 꽃 피우길 비나이다고창오거리당산제보존회 주축 9월 장쾌한 프로젝트 준비 /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 슬로건…여덟가지 밤놀이 기획 / 마른땅에 단비를 부르듯 간절한 호소 "성공 거두게 하소서"
기고 기자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6.20  / 최종수정 : 2017.06.20  21:10:51
   
▲ 고창오거리당산제.
 

△겨울 당산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한여름 다시 모인 까닭

밤새 쉴새없이 양수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판을 난무한다. 전국에 가뭄도 이런 가뭄이 없다는 가문 날이다. 한 방울 물기라도 모아 아직 가느다란 어린 모에, 이제 뿌리를 뻗고 이파리를 펼쳐가기 시작한 고구마에, 벌써 손가락만한 열매를 매단 고추에 끌어대어 한 모금이라도 목을 축이게 하기 위해서다. 실낱같은 생명 부지하기 위해서다. 물과 사투하는 이 염천(炎天)에 땀과 사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창문화재야행을 준비하는 고창오거리당산제보존회(회장 설태종) 사람들이다. 한겨울, 대보름 전야 ‘올해 삿된 기운 물리치고 마을을 평화롭고 풍요롭게 하소서’ 당산제를 정성으로 치르는 사람들이, 한여름 땅을 태우는 열기 속에 팔 걷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여덟가지 밤놀이로 수놓는 문화재 야행

문화재 야행부터다. 야행(夜行), 밤놀이다. 기실 문화재란 지역마다 고유한 빛깔로 오래 사람들이 이야기를 다져온 것에 ‘재(財)’의 지위를 부여해, 잘 가꾸고 다듬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자는 것이다. 꼭꼭 감추어 고스란히 보존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한 결이 문화재 야행이다. 유형 무형으로 문화재에 깃든 이야기를 펼쳐 향유하게 하고, 나아가 지역경제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밤이다. 도시로 사람이며 물산이 집중되면서 지역은 더 지역으로 갈수록 밤은 칠흑이다. 찾아오는 사람은 물론 거기 사는 사람들까지 두문불출로 활기를 잃어간다. 그 활기를 ‘문화재’로 되찾자는 뜻이다. 문화재 야행은 문화재를 밤과 만나게 하는 여덟 개의 키워드로 완성된다. 팔야(八夜)다. 팔야는 밤에 비춰보는 문화재(야경, 夜景), 밤에 걷는 거리(야로, 夜路), 밤에 듣는 역사이야기(야사, 夜史)로부터 먹고 자는 야식(夜食)과 야숙(夜宿)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밤 테마다. 부제 슬로건도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다.

밤을 누비는 사람들을 그러모으는 장렬한 프로젝트는 2016년 10개 도시에서 시작되어 올해는 열여덟으로 확대되었다. 서울, 인천, 수원, 청주, 공주, 부여, 강릉, 안동, 대구, 경주, 김해, 부산, 광주, 순천을 거쳐, 우리 전북에는 전주와 군산, 그리고 마침내 고창이다. 굳이 수식을 붙일 까닭이 없을 이름짜한 곳들이다. 고대로부터 도시화되어 그야말로 문화재 투성이인 곳이다. 마찬가지다. 굳이 따지지 않아도 열세가운데 열세, 고창이다.

   
▲ 고창오거리당산제.

△고창 야행 주체, 오거리당산제보존회

이 물적 열세를 질적 보완으로 만회하려는 고창 야행 추진주체는 고창오거리당산제보존회다. 이제 오거리당산과 제, 보존회이야기다. 여느 지역의 사람들처럼 고창사람들도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공동체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려는 노력이 시작되었을 터다. 홍수로부터 가뭄, 지진 같은 자연의 극한 위협이 훨씬 더 두려울 것이었다. 자연의 힘을 거스르지 않고 고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위기를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그 한 형태가 오거리당산이다. 고창읍에는 동서남북, 중앙 다섯 군데 당산돌과 당산나무가 쌍으로 조성되어 있다. 조선 후기, 현재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 것을 지난 1969년 중요 민속자료 14호로 지정했다. 한편으로 이렇게 형체를 빚어 거스를 수 없는 힘과 균형을 꾀했다면 그 형체를 둘러싸고 보이지는 않으나 거대한 기운을 모으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한해를 시작하는 대보름 전야, 사람들이 모여 재해(災害)는 달래어 쫓고, 풍성한 수확과 안녕을 부르는 의례를 이어간다. 무형 유형의 격식을 차려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전국 유일 오거리당산제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37호이며, 올해 36회째에 이르고 있다. 제47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출전하여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월 초 당산 동제를 이어가다, 정월대보름 전야에 중거리당산으로 향한다. 고창읍 시가지를 횡으로 종으로 가로지르는 줄행, 길꼬내기부터 시작한다. 참여자들은 중거리당산 앞에 정성으로 차린 제물(祭物)을 모으고 당산제를 올린다. 오거리당산제는 동부 서부 편을 갈라 연등 간대의 초롱불을 서로 먼저 끄려는 연등놀이(영등놀이), 줄 놀이(줄 시위굿, 줄 예맞이, 줄합궁, 줄다리기), 당산 옷 입히기, 달짚(달집)태우기, 쥐불놀이에서 절정에 이른다.

   
▲ 고창읍성 축성 재현을 준비하는 고창오거리당산제 보존회 회원들.

△9월 하순 이틀 밤을 이어지는 장쾌한 드라마

한겨울 오거리당산제를 마치고 그렇게 기원하던 안녕과 풍요를 위해 일터에서 전전해야할 사람들이 이 불 붙은 하늘아래 모인 까닭이, 문화재 야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고창야행 추진단은 고창읍성 앞 관광안내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9월 22일(금) 저녁 고창야행 개막공연 <고창읍성 축성 재현 오페레타>를 시작으로 고창야행 길꼬내기, 야밤 백중싸움, 고창읍성 달빛 답성놀이,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월하기원, 고창판소리마당, 길거리 만담놀이, 풍물 버스킹, 원님행차재현, 용줄꼬기에서 용줄드리우기로 이어진다. 고창의 담백알싸한 맛의 향연도, 한옥스테이 꿀잠도 곁들인다. 고창읍성 광장에서 전통시장으로 이어지는 야시(夜市)도 밤을 밝힌다. 9월 이틀 밤, 장쾌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고창오거리당산제보존회 300여 회원가운데, 소품팀을 맡은 회원들이 그 축성재현오페레타에 쓸 굵직굵직한 성돌 만들기에 한창이다. 알이 조밀해 단단한 짙은 회색 스티로폼을 다 다른 크기로 잘라내고 불로 그을려 자연미를 살려내고 있다. 그냥 이벤트업체에 맡겨 편하게 제작하면 될 일, 이 뙤약볕에 일을 어렵게 하시는지, 원.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우리나라 대개 축제들이 지역사람들의 역량을 키우는 일과는 멀게 진행돼요. 외부 전문 업체에 통짜로 맡기기 때문이에요.” 야행을 계기로 회원가운데 관련 업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노하우를 쌓고 지역 안에서 예산이 배분되는 효과도 누리는 것이라는 심길수 총감독의 말이다.

△마른 땅에 단비를 부르는 기우제, 간절한 호소

수백 년 이어온 오거리당산제를 고을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서 정성을 다해 준비하던 방식 그대로다. 고창야행은 하루 이틀 반짝 열리고 끝나는 축제가 아니다. 수백 년 고창읍성과 오거리당산을 쌓고 다듬어온 사람들, 그 위에 야행이 놓인다. 그 뒤는? 고창 야행이 내건, ‘뿌리깊은 역사문화의 향을 되살려’ 살만한 고창, 명품 지역재생의 방향이 있다.

“문화재 야행을 진행하는 18개 시군구 가운데 군 단위는 우리와 부여입니다. 당산제를 통해 고을민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고을에 닥친 어려움을 이겨낸 것처럼, 군민 전체가 힘을 모아 고창 야행이 고창의 저력을 보여주고, 지역 경제를 꽃피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고창 야행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함께해야지요.” 박우정 고창군수의 말에서, 뜨거운 땀으로 가문 하늘을 향해 시위하는 오거리당산제보존회원들의 모습에서, 300년 전 이 땅에 당산 돌을 쌓아 올린 앞선 사람들의 결기를 떠올린다. 마른 땅에 단비를 부르는 기우제, 제문의 간절한 호소(呼訴)를 듣는다.

   
▲ 이대건 책마을 해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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